하루의 시작
삼백 세 번째 글: 저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전 아침 5시 반에 일어납니다. 어찌 보면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더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에겐 한참 늦은 시간입니다. 의외로 우리 주변엔 이른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거기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한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연습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게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아니 그건 제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처음 며칠 정도는 일어났지만, 줄곧 잠에 취해 하루를 보내게 되어 결심을 접어야 했습니다. 꽤 긴 시간을 들여 생활의 패턴 자체를 바꿔야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방학 기간을 이용해 습관을 들이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겠나 싶었습니다.
20분 남짓 출근 준비를 마친 뒤에 6시쯤 집을 나섭니다. 지하철을 타고 대구역으로 이동합니다. 18분 걸리는 이 타이밍에 저는 하루의 첫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대체로 한 편 정도는 쓸 수 있고, 못 해도 절반은 쓰곤 합니다. 대구역에 도착하면 6시 40분이 됩니다. 곧 도착하는 기차를 그냥 보냅니다. 뒤의 기차를 타고 갈 때와 비교하면 고작 20분밖에 차이가 안 나는 데다, 이 기차를 타면 학교 앞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서 타지 않는 겁니다.
다음 기차가 오기까지 남은 30분 동안 계속해서 글을 씁니다. 지하철에서 쓰던 글에 이어 씁니다. 물론 운이 좋으면 새로운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목적지인 왜관역까지는 18분이 걸립니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다시 글을 씁니다. 누군가는 왜 이렇게 글만 쓰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수년 동안 이것저것 해본 결과 글쓰기가 가장 효과적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관역에 도착하면 7시 30분을 약간 넘어섭니다. 사실상 저의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은 왜관역에 도착한 뒤부터입니다. 집에서 나설 때에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역에 내린 뒤에 학교로 가는 마을버스가 오기 전의 30분을 기다리면서 비로소 '오늘도 출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때에도 역시 저는 글을 씁니다.
아침에 쓰기 시작했다가 이제야 글을 마무리하게 되는군요. 어쨌거나 글쓰기로 시작해서 글쓰기로 끝나는,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를 이렇게 무탈하게 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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