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May 21. 2024

새로운 시작

삼백 서른네 번째 글: 아직도 너무 많네요.

저는 그다지 탐욕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소 소박하다는 편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돈이나 출세 같은 데에 관심이 덜한 탓입니다. 생계를 꾸려나갈 정도의 경제력만 있으면 된다는 성격이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습니다. 또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는 헛된 욕심도 부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죽을 때까지 핸들을 잡지 않는 것이 제 나름의 작은 소원인 관계로, 웬만한 남자라면 열광하는 자동차 따위에도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에둘러 표현하면 소탈하다, 소박하다, 욕심이 없다 등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단적으로 얘기하면 누군가에게는 특히 가족에게는 충분히 무기력하게 비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겠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종 그런 말을 듣곤 합니다. 사는 데 있어서 얼마간의 물욕은 필요한 법인데, 도대체 뭐에 관심이 있긴 하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물욕은 없지만, 뭔가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굉장히 많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나이에 뭐가 그렇게도 하고 싶으냐는 핀잔까지 들어야 합니다만......


평소에 벼르고 벼르다 오늘 처음 뭔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드디어 첫 발을 뗀 셈입니다. 죽이 되건 밥이 되건 간에 그냥 생각만 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이들을 다 보낸 뒤에 교실에서 했으니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이라 그런 것인지 막상 해 보니 너무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조금 전에 한 걸 집에 가서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이 나이가 되면 하던 재주도 그만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째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하고 싶은 일이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속칭 저만의 버킷리스트가 점정 두꺼워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저는 이런 쪽으로 욕심이 많은 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런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잇값도 못하고 설쳐 대는 증거라고 합니다. 공연한 일에 허황된 욕심을 부리는 제 모습이 추하다는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표현하는 걸까요?


겨우 오늘 처음 시작해 놓고 '저 뭐 합니다' 하려니 어쩐지 우습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밝히지 않으려 합니다. 최소 한 달쯤은 한 뒤에 어느 정도 진전이 되었는지,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최선의 고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