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9
하루 중에서 글쓰기가 시작되면 나의 리듬은 글을 쓰기에 적합하게 변형된다.
아름다운 제약의 시작이다.
첫 문장을 실패해도 문장을 만들어가면서 낙제를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빠르게 지나가려는 글쓰기의 속도를 보다 밀도 있게 다루려고 위험 수위를 수시로 낮추게 된다.
고민 없이 진심 없이 쓰인 문장은 이내 구간 단속에 걸리고 만다.
많이 쓴다고 발행에 적합해지는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구 쓴다고 함부로 독자에게 읽힐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구간 단속 중인 운전자가 된 기분이다.
아무도 나의 글에 벌금을 부과하는 촌극은 일어나지 않지만 적절한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글에 스스로 발급한 벌점은 조용히 누적되어 나를 괴롭힌다.
이미 글쓰기 자격 박탈에다가 브런치스토리 작가 자격에도 미달이지만 뻔뻔스럽게 오늘도 구간 단속을 피해 글을 쓴다.
룰루 랄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