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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Jun 06. 2024

권리를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

132일 차.

어제 오후 4시가 채 되기 전에 교실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별생각 없이 학내망 메신저를 열었습니다. 제가 있는 층이 너무 조용하기에 혹시나 해서 그렇게 해 본 것입니다. 7~80명 남짓한 교직원 중에 학교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메신저 상태가 온이거나 혹은 대기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오프인 사람들이 꽤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프 상태라는 건 그 당사자가 학교 안에 없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조퇴를 해서 이미 퇴근한 상태라는 얘기입니다.


어차피 금요일인 7일은 학교장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상태라, 퇴근하면 나흘이나 쉬게 됩니다. 굳이 연휴 돌입 전날에 조퇴를 써가면서까지 나가야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심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건 좀 너무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한 번씩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 보면 그들은 당당하게 얘기합니다. 조퇴나 연가 등은 공무원의 권리라고 말입니다. 누구도 이에 대해서는 간섭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법적으로 이미 보장된 것이니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겁니다. 수업할 거 다 하고, 이미 학생들까지 하교시켰으니 그 시각에 조금 이르게 퇴근해도 근무상황에 상신만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관계가 나쁘진 않아도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면 저는 좀처럼 그들을 이해할 수 없어서 일단은 제 얘기를 해봅니다. 당신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봐라, 어차피 오늘 가면 며칠 푹 쉬다가 올 수 있지 않느냐, 그런데 그런 오늘까지 조퇴를 쓰고 나가는 건 복무 자세에 있어서 조금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입니다. 당연히 이렇게 얘기가 오고 가면 저는 상대방을, 상대방은 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슬그머니 대화의 물꼬가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곤 합니다.


어젯밤 집에서 아내에게 이 얘기를 꺼내 보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아니지 않으냐고 말입니다. 아내는 대놓고 얘기했습니다. 그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제가 틀렸다고 말입니다. 법적으로 정해놓은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요즘 젊은 선생님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제 또래 연배의 선생님들이 오히려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아내의 말에 어느 정도는 저도 수긍합니다. 우리도 조퇴나 연가 등을 사용할 줄 알지만, 그냥 스스로 생각해 보니 굳이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일찍 가야 하느냐, 하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교장이나 교감선생님 등의 관리자를 의식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좋게 말하면 교직원으로서의 양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이 양심은 저에게만 그렇다는 겁니다. 타인에게까지 널리 통용되는 양심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같은 일을 두고도 저마다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건 다를 테니까요.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세상 사는 맛, 참 안 나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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