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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n 22. 2024

삶의 책임감

삼백 쉰다섯 번째 글: 부모와 자식은 별개의 존재다.

솔직히 그 자체로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우린 살아가면서 연예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동경할 때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평민의 삶으로는 감히 올라갈 수 없는 그 최고봉의 자리에 오른 그들을 보며, 우리도 언젠가는 저렇게 살 날이 오겠지, 하는 부러움을 갖게 됩니다. 사실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이 정도의 생각에 그친다면 다행입니다만, 명백히 그들의 삶이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삶의 모습의 이정표가 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적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연예인이라는 특성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쉬운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긴 합니다. 수년 동안 제주도라는, 어쩌면 일반인들이 꿈꾸기도 힘든 그곳에서 전원생활을 해왔던 누군가가 최근 제주도를 떠나게 된 것이 왜 이슈가 되어야 하고, 가족의 빚 때문에 실존을 위협받는 연예인들에게 왜 우리가 공감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 삶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자기 삶에 대한 애착이나 자긍심 등이 미미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한 연예인이 가족의 무분별한 경제관념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사실이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사람을 연예인이라고 지칭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때 스포츠계를 주름잡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다만 어쨌건 간에 지금은 스포츠가 아닌 다른 예능적 차원에서 요즘 TV에 모습을 비추고 있으니 편의상 연예인이라고 해야 할 것 같긴 합니다. 아무튼 그는 가족 때문에 꽤 깊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반대급부에 있는 유명 축구 선수의 부친이나 세계적인 야구선수의 양친이 매스컴에 함께 거론되고 있는 걸 보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서로가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앞서 말한 축구 선수나 야구 선수는 그런 철칙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이 번 것은 어디까지나 아들의 돈이라고 말입니다.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어딜 감히 아들의 재산에 숟가락을 걸치려 하느냐, 하는 것이 그들의 삶의 철학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 역시 얼마간의 빚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누군가가 이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빚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말입니다. 어쨌건 간에 저도 사람이니 제 아들이나 딸이 조금 더 장성해 부모인 우리 빚을 갚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저나 아내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추호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부모와 자식은 별개의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낳고 기르느라 수십여 년간 고생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해도 이미 성인으로 장성한 자식은 이제 내 것이 아닌 독자적인 '그'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자식 된 자들이 아무런 불만 없이 자발적으로 부모의 빚을 변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 이미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건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자식은 내 것이고 그러므로 자식이 가진 그 모든 것도 내 것의 일부가 된다는 등의 허무맹랑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자식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들이 가진 재산을 함부로 탈취하거나 사용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게 아닐까요? 자식은 자식이고, 부모는 부모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쪽 다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 책임감은, 자식이라고 해서 당연하다는 듯 부모에게 전가하거나, 부모라고 해서 마땅히 자식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그런 논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자기 삶에 대한 철학이 없으니 일어나는 일이겠습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 이상은 자기 철학이 필요 없는 게 지금의 현실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내 삶의 철학을 꼿꼿이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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