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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23. 2024

군불을 때다

0742

실망스럽겠지만 글쓰기는 신이 나서 하는 행위가 아니다.


글을 쓰는 일은 군불을 때는 것과 같다


군불은 밥을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돌방을 따뜻하게 데우기 위하여 때는 불이다.


'군소리'가 하지 않아도 좋은 군더더기 말인 것처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가 붙은 '군불'은 그야말로 필요 없이 때는 불이다.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익히기 위한 태움은 아니지만 군불이 없는 집은 상상하기 어렵다.


지속되어야 하고

일정해야만 한다.


우리가 온전하기 위해서 있어야 할 요소 중에서 눈에 띄지 않지만 소중한 군불 같은 게 글쓰기다.


군불을 때다는 은어로 '성교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주위에 흩어져 있는 낱말과 입 맞추고


내면에서 숨죽인 문장들을 불러내 포옹하고


나라는 존재의 건축물인 언어와 뒤엉켜 짝을 짓는


어쩌면 글을 쓰는 것은 군불을 때는 것이다.


혹시 글을 쓰는 것에 잠시 흥겨웠다면 동기보다 과정 이후의 현상에서 발생하는 기운일 것이다.


그러니 글은 기분으로 올라가 쓰는 경우보다 기본으로 내려가 쓰는 편이 마땅하다.


마침내 이유를 품지 않은 글쓰기는 슬럼프라는 만성질환에 걸리고 만다.


글을 쓰려거든


하루종일

사시사철


마음에 군불을 때고
감성에 군불을 때고
관계에 군불을 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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