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편도 차선에서 앞 뒤로 꽉 막힌 내 신세를 목격한다. 해결할 문제가 있으면 맞닥뜨릴 때마다 가장 최선으로 공격 또는 방어, 그게 해결인 거다 큰소리치다가 막상 막다른 골목에 몰리니 겁이 난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은 무엇인가.
시동을 끄고 운전석을 유유히 빠져나가며 앞 뒤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분열된 이상 자아를 파악해 내고 분노로 바뀌는 사람들을 그녀가 무표정으로 바라본다.
외길의 용산은 견인차와 경찰차가 들어오는 데까지 하루종일일 거다. 달을 품은 주차장은 한바탕 재채기로 쌓아 두었던 뜨끈한 자동차들을 허공으로 뱉는다. 시동 꺼진 그녀의 차 위로 자동차 비가 쏟아져 쌓인다.
앞서 도망간 그녀보다 더 뉴스거리가 된 사건을 뒤로 하고 그녀는 유유히 영화관으로 들어간다. 30여 분간 외길 차로에 서서 상상으로 한 건 마무리한다. 차가 움직인다.
새벽 조조, 나만 사람이었는데, 주말 오후엔 나만 사람이 아니다. 애인과 가족과 친구와 팝콘과 빨대와 분주한 사람들, 다정하다. 나는 그가 싸준 레몬 슬라이스, 아몬드와 땅콩, 얼그레이 티백과 탄산수가 든 소풍 가방을 끌어안고 가장 높은 핫핑크 좌석에 앉는다.
상영 후 굿즈를 받기 위한 시간 효율에 대한 최선을 생각한다. 가장 관습적이지 않고 규칙적으로 지루해지는 구간에서 나오기로 한다. 저는 도저히 이건 못하겠어요, 포기! 그런 장면에서 헛웃음이 나온다. 세 번째 보는 영화다.
하이힐, 공중 곡예 경험에 눈앞이 노래진다. 하이힐을 옆구리에 끼고 사뿐사뿐 왈츠 하듯 계단을 내려간다. 바닥이 흙이 아니니 어싱도 아니고 다행히 카펫이라 푹싱이다.
씨지부이 홍보 전략에 기분 좋게 말리고 있다. 굿즈 전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친절에 기쁨이 배가 된다.
오늘도 내 열망을 따라 드라이브다. 계속 가느냐 멈추느냐는 세상을 빤히 보는 내 눈에 달려있다. 그냥 보일 때까지는 달려갈까. 앞에 달려있는 눈은 앞으로 달려가라고 있는 거니까.
영화도 사람도 시간도 상상도 열망스럽고도 실망스럽다. 망망대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