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an 17. 2024

예고도 없이

0584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예정에도 없는'


이런 것들이 앞에 붙은 뒤의 동사들이 참 좋다.


마음이 뽀송해진다.


특히 관계에서 이뤄지면 최고다.


이는 서로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비 대신 눈이 온다.


함박비가 아닌 소낙눈이다.


예보는 틀리는 게 자연스럽다.


구름의 흐름을 바람의 변덕이 관장하는데 무슨 수로 예측할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voice4u/204


폰 너머로 울음소리가 들린다.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후배의 서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내가 모르는 직장상사의 이름과 직책을 언급하며 복잡한 상황들을 울음 사이마다 샌드위치처럼 넣어 내 귀에 밀어 넣는다.


그랬구나.

그랬구나

그 사람이 나빴네.

아. 그래. 그랬구나.


이 추임새를 서른일곱 번 정도 할 즈음에 친구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다며 서둘러 끊었다.

그 얼굴도 모르는 후배의 친구가 잠깐 고마웠다.


모든 일은 예고도 없이 온다.


미리 알고 있다면 무서워서, 혹은 무료해서 한 순간도 살지 못할 것이다.


모르니까

알 수 없으니까

소스라치게 좋다.


https://brunch.co.kr/@voice4u/219


매거진의 이전글 노래의 철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