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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혼에는 내면적 깊이가 허약하구나
적어도 평범한 가운데서는 물物의 정체를 보지 못하며, 습관적 행위에서 는 진리를 보다 더 발견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어질다고 하는 우리 사람의 일입니다. 그러나 여보십시오. 무엇보다도 밤에 깨여서 하늘을 우러 러 보십시오. 우리는 낮에 보지 못하던 아름다움을 그곳에서 볼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파릇한 별들은 오히려 깨어 있어서 애처롭게도 기운 있게도 몸을 떨며 영원을 속삭입니다. 어떤 때는 새벽에 저가는 오 묘한 달빛이, 애틋한 한 조각, 숭엄한 채운의 다정한 치맛귀를 빌려, 그 의 가련한 한두 줄기 눈물을 문지르기도 합니다. 여보십시오, 여러분. 이 런 것들은 적은 일이나마, 우리가 대낮에는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던 것들입니다...
<개벽>1925년 5월 김소월의 '시혼詩魂'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