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쓰기의 예
이백 서른아홉 번째 글: 저도 나이가 들긴 드나 봅니다.
한 대의 열차를 보내고 다음 열차를 탔습니다. 열차가 들어오기 전부터 벌써 홀은 떠들썩합니다. 주변의 시선엔 아랑곳없이 삼삼오오 모여 자기 얘기들을 하는 나이 든 사람 몇 명이 한참 전부터 눈에 거슬립니다. 몇 개가 놓여 있는 대기석 의자에는 정치 관련 유튜버가 진행하는 것 같은 채널을 볼륨을 최대치로 해놓고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선 가사가 또렷이 들릴 정도로 트로트 음악을 틀어놓은 사람도 있습니다.
일단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이들은 죄다 나이가 든 사람들입니다. 저보다 족히 스무 살 정도는 많아 보입니다. 그들을 보면서 저는 또 한 번 다짐합니다.
'나는 저렇게 나이 들지 않아야겠다.'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고상하게 늙는 것인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게다가 저는 어디에서든 제 나이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하는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주변에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만 듭니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가 늘 입버릇처럼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딜 가더라도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과 같은 경기에 선뜻 지갑을 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게 놓인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입을 닫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신기한 건 정말이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딜 가면 자꾸 입을 떼고 싶은 상황이 많아집니다. 아무도 저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라며 시킨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도 자기만의 확실한 원칙이나 생각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원칙과 생각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삶의 철학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관계에서는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이것이 곧 선입견과 편견이 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은 아집이 되어 사람들에게서 점점 자신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니까요.
삶에 대한 원칙이나 생각은, 즉 각자의 인생철학은 행동으로 보여야 하는 것이지 말로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걸 간과한 채 자신의 원칙이나 생각에 근거하여 모든 것을 판단하니 어디에서든 혹은 누구에게든 잔소리나 불평만 늘어가는 셈입니다. 흔히 눈에 쥐가 난다는 표현을 합니다. 어쩌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람들의 언행에 대한 이해심도 얕아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나잇값 못하는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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