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 마흔 번째 글: 세대가 다르긴 다른 모양입니다.
이와 관련해 방학에 접어들기 전 저희 반 아이들과 나눈 대화를 한 번 옮겨 보겠습니다. 저는 그때 점심시간이라 흘러간 옛 노래(7080, 8090)들을 듣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이런 노래 왜 자꾸 들어요?"
"왜 좋잖아? 그러면 너희는 왜 자꾸 뉴진스, BTS, 블랙핑크, 아이브 같은 가수들의 노래만 들어?"
"왜요? 노래가 좋잖아요?"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난 요즘 노래 들으면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게 더라고. 일단은 가사 전달이 전혀 안 되고 말이야."
"우리 엄마도 선생님이 듣는 노래 자주 듣는데, 엄마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너희는 왜 내가 듣는 이런 오래된 발라드 곡을 싫어하는 거야?"
"우리도 똑같아요. 이런 노래 들으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가사 전달이 안 된다고요."
놀라웠던 것은 요즘 노래를 즐겨 듣지 않는 저나, 7080 혹은 8090 노래를 듣지 않는 요즘 아이들이나 똑같은 이유에서 그런 음악들을 멀리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친구들도 가끔은 그런 얘기를 합니다. 아예 노래 제목이 영어로 된 건 기본이고, 심지어 노래 가사의 상당 부분이 영어로 된 요즘의 노래를 들으면 정신만 사납다고 말입니다.
예전의 노래 프로그램 중에 '가요 톱 10'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나실 겁니다. 어쩌면 이 모든 사달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전후로 일어난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즈음엔 요즘 트렌드에 그나마 맞는 노래도 있었고, 젊은 연령층이 좋아할 만한 노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엔가 '쇼 음악중심'인가 뭔가 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트렌드에 맞지 않는 노래 자체가 사라졌더군요. 물론 현재 가요계의 주 향유층이 10~20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겠습니다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 노래 프로그램을 보며 참 씁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요즘의 젊은 연령층이 좋아할 만하니까 지금의 이런 노래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겠지만, 모종의 철학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노래가 판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그저 흥이 나고 따라 부르게 되는 것만 노래가 주는 기능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쉽게 말해서 멜로디나 노랫말을 듣고 감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 그것 역시 노래가 우리에게 주는 순기능이 아닐까요? 몇 번이고 재생과 일시 정지를 반복해 눌러가며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받아 적은 노랫말을 외우고, 그 노랫말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거나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 아마도 그런 시대는 끝이 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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