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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an 18. 2024

너 금 밟았어

삐뚤어지고 싶은 날

누구나 되게 삐뚤어지고 싶은 날이 있잖아

그럴 땐 아무렇게나 삐뚤어지면 안 돼

혼자만 아는 비굴한 규칙을 하나씩 생각해

누구에겐가 피해가 가지 않을 삐뚤삐뚤


나는 오늘 판소리로 삐뚤어지기로 했어

건반에 현악기 클래식에 건방 떨다가

판소리를 음악에 맞춰한다니 오? 그래?


신발을 벗어야 하는 곳이면

미리미리 알려줘야 하잖아!

티켓 받는 시간은 3초인데

신발 벗는데 3분이나 걸리면

내가 발이 백만 개 지네니 돈벌레니

정말 입 삐뚤어지게 소리치고 싶다


사람 목소리는 가장 큰 악기야

사람 목소리는 가장 무서운 무기야

사람 목소리는 가장 아픈 눈물이야

사람 목소리는 가장 깊은 사랑이야

내 목소리는 가장 슬픈 탄식이야

내 소리는 그저 목 메인 침묵이야


나도 몰랐던 나답지 않은 삐뚤에 화들짝

주차장에 떠억하니 삐딱하게 뒤틀린 내 차


"너 금 밟았어!"


자꾸자꾸 자주자주

세상의 금을 하나씩 밟아가는

나의 흔적에 나의 반항에 나의 맹목에

가끔씩 경적 울려 알려주는 차가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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