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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을 피해 이주한 난민들이 도착한 동네는 폐광촌이다.
한때 호황을 누리던 주민들은 황폐해질 대로 삭막해진 상태로 이방인들과 공존해야 한다.
주민들은 살기 힘들어진 탓에 누구에게도 관용을 베풀 여유가 없다.
그나마 동네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인 올드 펍 주인인 발렌타인만이 관대하다.
그의 작은 용기와 배려로 원주민과 이방인 사이의 연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이 노장이 끝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주인공의 낡은 방에 걸린 사진에 붙은 메시지로 함축된다.
When you eat together
you stick together
'같이'의 '가치'를 주인공에 자신을 이입해 영화 내내 설파한다.
때로는 가슴 찡하게
때로는 시대착오적으로
아무튼 어르신의 긴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를 허투루 듣지 못하게 진지하고 매력적이다.
점점 파편화되어 가는 개인에게 그래도 함께 가는 게 더 힘이 있지 않냐고 유언하듯 영상은 이어진다.
정치적이든 친목이든 연대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게 한다.
하찮은 개인보다는 연대의 무게감이 더 큰 것은 그러하지만 연대를 위한 자기 희생과 양보의 미덕을 간과하면 연대가 주는 기적보다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서는 건 나만의 지나친 염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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