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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15. 2024

왜 사냐건 웃지요.

제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김상용 시인의 시로 알고 있는 대목이 생각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물론 이 어구들이 같은 행이란 뜻은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순수하게 기억에 의존했으니 아닐 확률이 월등히 더 높습니다. 어쩌면 어구의 앞뒤가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뭐, 그러면 어떤가요? 학창 시절 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워낙 유명해진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테니까요.


여기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구절입니다. 어딘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을 보이겠다는 투로도 들리고, 어쩌면 모든 걸 달관한 이의 여유로운 미소로도 여겨질 만한 대목입니다. 난데없이 왜 이 시를 인용했냐고요? 바로 이 광고 때문입니다.

이 광고를 보면서 제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웃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보고 있으려니 마냥 웃음이 나오더군요. 아마도 참 오랜만에 목젖이 드러날 정도로 유쾌하게 웃었던 것 같았습니다.


순간 어떤 장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 등을 이겼을 때, 하이라이트를 볼 때마다 얼마나 그 기억이 새록새록했는지, 그때마다 마치 생방송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 잡혀 얼마나 기분이 들떴었는지 말입니다. 물론 그 축구 열강의 나라에선 굳이 패한 경기를 다시 하이라이트로 보여주진 않았을 것 같긴 합니다. 네, 맞습니다. 저 광고를 보니 그때 무참히 깨져버린 그 나라의 축구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이런 게 바로 엎어진 놈 한 번 더 밟아주기일까요? 괜히 너스레를 떨어 보지만, 가히 좋은 기분이라고 할 순 없네요. 하하하. 어째 제 좁은 속을 들켜버린 기분입니다. 그냥 솔직해지렵니다. 그들에게 배가 아프단 생각까지 들지는 않지만, 마치 독일이 2대 0으로 진 그 경기를 독일 국민들에게 잊을 만하면 재생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어쨌건 간에 다시 한번 웃어봅니다. 그리고 외마디 말을 내뱉습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


사진 출처:  브런치스토리 광고 창을 직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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