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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06. 2024

모처럼 만의 기쁨

오늘 낮에 공공도서관에 갈 때만 해도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갔습니다. 이제는 책 좀 그만 빌려오겠다고 말입니다. 집에 있는 책부터 우선 다 읽고 난 뒤에 도서관 책을 대출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서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해도 있는 책을 다 읽고 대출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다면 족히 10년은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일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갈 때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낑낑대며 갔지만 올 때만큼은 깃털처럼 가볍게 돌아왔으면 했습니다. 먼저 가자마자 책을 반납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가방을 놔둔 소파로 돌아왔습니다. 가방 속에는 노트북이 들어 있지만, 3시가 넘은 그 시각에 노트북 자리가 비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널찍한 소파에 몸을 묻고는 브런치스토리 앱을 열어 글을 썼습니다. 아마 어쩌면 그게 실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책을 반납하는 즉시 밖으로 나왔다면 오늘 제 다짐이 무색하게 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한창 글을 쓰다 보니 졸음이 밀려왔습니다. 잠이라도 깰까 하는 요량으로 서가 사이를 몇 번 돌아다니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서가로 갈 것이 아니라 사실은 세면대가 있는 곳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잠을 깨우겠다며 나선 서가 산책, 어느새 잠이 깨고 다시 소파에 몸을 묻었을 때 제 손엔 여섯 권의 책이 들려 있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는 옛말 하나 틀린 것 없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빌려 온 책 중의 한 권을 무심코 읽다가 시쳇말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토요일이면 글을 쓰기가 제격인 때입니다. 다른 날보다 몇 편은 더 쓸 수 있지만 지금 제가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좋아서 글을 써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이러고 있는 형편입니다.


사실 그의 이력을 보면 제가 전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곁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그의 진심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일'을 했다던 저자의 글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읽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좋아도 너무 좋았습니다. 원래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저조차도 벌써 절반을 넘기고 있습니다. 잠시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듯합니다. 읽다가 시계를 보니 9시가 지나 있고, 또 그러다 확인해 보니 벌써 10시를 넘어섰습니다.


모름지기 글이라고 하면 이 정도는 써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색이 수필을 쓴다고 하면 최소한 이 정도는 써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늘 그랬듯 글을 서너 편은 더 썼을 테지만, 이 사람의 책을 읽게 된 건 제겐 꽤 큰 행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친김에 이 분의 책을 죄다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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