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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17. 2024

자식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빠

학교에서 일을 끝내고 역으로 왔습니다. 기차가 들어오려면 무려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해서 자주 가는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좋아하는 메뉴를 시켜 놓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몇몇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누르던 때였습니다.


갑자기 출입문이 열리면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까요? 본능에 가까운 촉이 발동합니다. 두 아이는 남매지간입니다. 얼굴이 닮은 데가 꽤 많아 보입니다. 누나는 5학년 정도로 보이고 남동생은 3학년쯤 된 것 같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아이들을 놓고 저 혼자 온갖 상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아이들을 볼 때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런 수순을 밟곤 합니다.


아이들이 빈자리에 앉으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왜 안 앉을까 생각하며 물끄러미 보고 있으려니, 식당 밖 대로변을 아이들이 마냥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이 가 닿은 곳엔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서 있었습니다. 실내에 들어오기 전에 담배를 마저 피우고 오겠다는 건 그리 나쁜 생각이 아니었지만, 두세 사람이 나란히 서서 겨우 지나갈 만한 그 좁은 인도 한가운데에서 몰상식하게 흡연하는 모습이 가히 좋아 보일 리 없습니다.


역시 아이들과 판박이인 걸로 봐선 분명 그 남자는 아이들의 아빠일 겁니다. 아빠가 어떤 빈자리를 손짓으로 가리키니 그제야 아이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그때 전 그 남자가 담배꽁초를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습니다. 설마 했었습니다. 그래도 자기 자식들이 보고 있는데,라고 생각했기 때춘입니다. 남자는 무슨 액션 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불이 붙어 있는 담배를 드러지게 길바닥에 내던지고는 발로 비벼 끕니다. 출입문 앞에 버젓이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솔직히 저였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자식이 보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담배를 피우는 걸 나무랄 순 없습니다. 어쨌건 간에 담배는 기호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몇 갑을 피우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니까요. 저는 순간 과연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을 감히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지칭하려 합니다. 자기 자식들이 보고 있는 데서 어찌 저렇게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물론 자식 앞에서만 조심하고, 딴 데 가서는 마음껏 해도 된다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자기 자식이 보는 곳에서도 저따위로 행동하는데, 저런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저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을 받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사실 이런 식의 결론을 짓는 건 일종의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만, 과연 저런 부모에게서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을까요? 부모의 도리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광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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