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문제
삼백 아흔 번째 글: 풀기가 쉬우면 문제가 아닐 테지요.
꽤 쉽지 않은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가운데에 어떤 사랑을 두고 고민 중인 것은 아닙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아내가 있는 제겐 처음부터 해당사항이 아니니까요. 어쩌면 그런 한가한 감정놀이와 차원이 다른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할 만한 키를 찾으러 미로 속에 뛰어들어 헤매고 있는 꼴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제가 맞닥뜨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2011년 말쯤에 크게 한 번 불거져 그때 나름의 조치를 했고, 그 결과로 5년쯤 지난 뒤 완전히 끝났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하더니 그 말이 정확히 맞는 말이더군요. 결론적으로 그 문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고, 저희 가족을 고심에 빠져 들게 하고 있습니다.
왜 저라고 그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다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골머리를 앓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이 가면 저절로 해결될 그런 성질의 것도 아닙니다. 저도 압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한 여러 가지 선택지들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면서 최단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런 경우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을 하는 모양입니다. 장기나 바둑을 두면 대국 당사자보다 옆에서 관전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수가 잘 보이듯 저 역시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인 듯합니다. 아마도 제 친구가 똑같은 문제에 봉착했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제 경우엔 그게 안 되더군요.
우린 살면서 참으로 다양한 문제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마다 우린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요. 앞서 말했듯 문제 발생 원인의 정확한 진단과 합리적인 해결책 시도 및 차후 후속 조치가 따라야 어떤 문제든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게 정 이치입니다. 누군가는 또, 사공이 많으면 그 수만큼의 노만 더 있으면 된다는 말도 하더군요. 배가 산으로 가건 노가 더 필요하건 간에, 때로는 너무 많은 생각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걸 보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기가 쉬우면 그건 문제라고 지칭할 수 없을 겁니다. 난제 앞에서 가족이 힘을 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게 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 못지않은 수확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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