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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ug 13. 2024

잘 아시면서

0793

한 줌의 글을 늘어놓듯 써 놓고는 한데 끌어모아 꾸욱 짜봅니다.


하루치의 일용한 양식으로 적합한지 자문합니다.


이전의 글들과 어떻게 다른 빛깔을 풍기는지

어제의 글과 어떤 다른 맛과 향을 내뿜는지

진부한지

지루한지

속된지

욕된

내가 아니면 안 되는지

부끄럽게 하나씩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봅니다.


매일 온 힘을 다해 단 하나의 알만 낳는 닭처럼 한 편의 글만 쓰기에도 두렵고 버겁습니다.


날마다 실패하는 심정이 나쁘지 않습니다.


날마다 완전할 수 없어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내일 또 쓸 수 있는 이유와 또 써야 하는 명분이 됩니다.


어느덧 글쓰기는 하면 좋을 걷기에서 해야 사는 숨쉬기가 되었습니다.


건강에서 생존으로 넘어가니 더 간절하고 절박합니다.


왜 써야 하는지는 무엇을 쓸까 와 어떻게 쓸까의 고민들을 무색하게 하는 힘을 갖게 합니다.


눈을 뜨면 자리끼를 더듬어 찾듯이 펜을 잡습니다.


막막할수록 행복합니다.


온전히 나를 마주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속절없이 불안하지만

안으로 집중하면 유의미한 편안함이 듭니다.


이것은 완전한 휴식입니다.


이마저 두 번은 제게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쓴다는 이야기를 수줍꺼내고 맙니다.


당신이 더 잘 아시는 줄 뻔히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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