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잇몸 속 뼈다귀들이 핼러윈 데이다. 하얀 크라운의 움푹한 상처들이 해적의 얼굴을 닮았다. 불편해도 1년쯤은 참을 수 있을 테니 그때 다시 보자 한다.
1년 후라고요? 그때가 오나요?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끌어내릴까 봐 침대 양쪽에 힘을 주며 버텼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누워있는 나를 집어삼킬 듯 쳐다본다.
치료가 가능한 걸 빼는 경우는 없어요.
거의 20년 동안 나의 입을 고무줄 당기듯 주무르던 간호사가 긴장했나 보다.
건드려도 될 형상과 건드리지 말아야 할 모양을 꼼꼼하게 설명할 때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게 그거지.
내 눈에는 커다란 불편만 확대되고, 의사 눈에는 불편을 덮을 자잘한 기능적 미용적 확신과 정상인의 사고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일말의 조롱이 그렁그렁하다.
제겐 제가 정상이에요.
마취 바늘이 꽂힐 때마다 예리한 통증으로 진저리가 났다. 고문 기계 같은 지렛대가 입을 세로로 벌릴 때 들이치는 모멸감에 질끈 눈을 감았다.
뿌석 으드드, 지끈 삐그덕!
이를 빼야죠, 머리 말고요!
황금색 크라운이 점잖던 커다란 어금니 하나가 자유를 얻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길은 없지만.
빠져나간 3g의 부피와 10시간이 지나도 깨지 않는 마취는 몽롱하게 비워진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