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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08. 2024

부피 3 그램

비움

보기에는 멀쩡한데 불편하게 끼니마다 끼니까 이른 아침에 대책을 상의하러 간 거다. 소독약 냄새에 샤워를 한다.


첫 발을 들인 대기실, 아침에 듣는 타인의 50 데시벨은 공해가 되고도 남는다. 슬쩍 밖으로 나와 데스크에서 보이도록 유리문 앞에 서 있는다. 저 여기 있어요.


아랫니를 악물면서 윗니 두 개를 플라스틱 틈 사이에 끼운다. 클래식이 흐르도록 세팅을 하더니 방사선 엑스레이에 눈 꼭 감으라 한다. 클래식이 두배로 크게 들린다. 눈이 없으면 귀로 사는 거구나.


번개에 구워지듯 번쩍번쩍 턱 아래쪽에서 쏘아 올려지는 광선에, 머릿속에 박힌 두 눈알이 그을려 없어지는 건 아닐까 잠깐 두려웠다. 눈 부셔, 그래 이렇게 눈이 부서지는가 보다. 


잇몸 속 뼈다귀들이 핼러윈 데이다. 하얀 크라운의 움푹한 상처들이 해적의 얼굴을 닮았다. 불편해도 1년쯤은 참을 수 있을 테니 그때 다시 보자 한다. 


1년 후라고요? 그때가 오나요?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끌어내릴까 봐 침대 양쪽에 힘을 주며 버텼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누워있는 나를 집어삼킬 듯 쳐다본다. 


치료가 가능한 걸 빼는 경우는 없어요. 


거의 20년 동안 나의 입을 고무줄 당기듯 주무르던 간호사가 긴장했나 보다. 


건드려도 될 형상과 건드리지 말아야 할 모양을 꼼꼼하게 설명할 때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게 그거지.


내 눈에는 커다란 불편만 확대되고, 의사 눈에는 불편을 덮을 자잘한 기능적 미용적 확신과 정상인의 사고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일말의 조롱이 그렁그렁하다. 


제겐 제가 정상이에요.


마취 바늘이 꽂힐 때마다 예리한 통증으로 진저리가 났다. 고문 기계 같은 지렛대가 입을 세로로 벌릴 때 들이치는 모멸감에 질끈 눈을 감았다. 


뿌석 으드드, 지끈 삐그덕! 

이를 빼야죠, 머리 말고요! 


황금색 크라운이 점잖던 커다란 어금니 하나가 자유를 얻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길은 없지만. 


빠져나간 3g의 부피와 10시간이 지나도 깨지 않는 마취는 몽롱하게 비워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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