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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Aug 08. 2024

하루 마무리

삼백 여든여덟 번째 글: 오늘도 하루를 끝냅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멋진 결말을 만들어내진 못했어도 무탈한 하루였다는 것 자체가 잘된 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옛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습니다. 제 가족과 관련한 긴급 전화가 오지 않았던 것만 해도 하루를 보낸 수확은 있는 것이니까요.


어차피 저의 인생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가며 사는 것도 아니고, 하루 내내 동분서주하며 서울로 또 부산으로 왔다 갔다 할 만한 그런 바쁜 인생도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한 개인의 소박하기 짝이 없는 하루일 뿐입니다. 무엇이 그리 별다른 게 있을까요? 아침을 평온하게 맞이했듯 지금 이 저녁을 조용히 제 갈 길로 보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아침에 눈을 뜨면 직장으로 나섭니다. 제게 놓인 몇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이내 점심시간이 다가옵니다. 한결같은 뚜벅이 인생, 식당까지 가면서 땀으로 한바탕 샤워하고, 되돌아오는 길에 올 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립니다. 그러다 가끔씩 제게 바닐라 라떼 한 잔을 사줍니다. 그건 그때까지 시간을 보내느라 고생했다는 보상이고, 남은 시간도 잘 버티라는 당근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느새 여덟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피로가 몰려옵니다. 허기가 져 뭐라도 먹고 싶을 때가 되면 그게 곧 집으로 갈 시간이라는 신호입니다. 반쯤은 털리고 만 영혼을 붙들고 햇빛이 쏟아지는 버스정류장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버스가 올 때까지 마냥 햇빛을 받으며 몸은 더욱 지쳐갑니다.


결국 이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매일 출퇴근할 때 날마다 어제와는 다른 길로 다닐 수 없듯, 어제와는 하등의 차이도 없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가끔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난 특별한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런 날보다는 그렇지 않은 날이 훨씬 더 많은 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일도 여전히 오늘과 같은 하루가 이어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언제 있을지 모를 그 특별한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도 꽤 빨빨거리며 1만 보를 거뜬히 넘겼습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그 수만큼은 채우고 있습니다. 물론 한 번도 쉬지 않고 쌓인 1만 보는 아닙니다. 몇십 보, 몇 백 보가 쌓여서 만들어진 1만 보입니다. 기분 같아선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요즘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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