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Aug 12. 2024

도전과 박수

삼백 여든아홉 번째 글: 선수단 전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어제 십칠일 간의 파리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해 종합 10위 권내에 든 점과, 지난 올림픽의 참가 선수단의 60%에 남짓한 선수들이 거둔 쾌거라는 점은 크게 칭찬해 마땅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그리고 동메달 10개 등의 종합 순위 8위라는 놀라운 성적은 더위로 지쳐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즐겁고 행복한 소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 낮 뉴스에 나온 한 스포츠 전문 기자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라고 하지 말고 '총 메달의 개수가 32개'라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1등 지상주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실 144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획득한 메달의 개수가 32개라는 말은, 메달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무릎을 꿇어야 했던 선수들이 최소한 100여 명은 넘는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면 이들은 괜한 고생만 하고 온 것일까요? 결과만 놓고 평가한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그런 마음일 테지만, 우린 모든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해야 합니다.


공항에 입국할 때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들어오는 이들은 분명 어떤 성과라도 얻은 선수일 겁니다. 그러나 메달은커녕 예선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탈락하고 만 선수들은,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을 겁니다. 그들은 메달 획득이 아니라 세계 랭킹 상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한두 단계에 더 끌어올린 것에 만족해야 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뜨거운 열정으로 당당하게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했던 그 기억의 역사에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모든 스포츠에는 인기 종목이 있는 반면 비인기 종목도 있습니다. 대개 그렇듯 인기 종목에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대중에게 얼굴이 잘 알려진 스타급 선수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대회에 참가하기 전은 물론 끝난 후에도 주목을 받는 데다, 메달을 따게 되면 더 많은 또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합니다. 모든 선수들이 이렇게 대중들에게 각인될 리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거의 절대다수의 선수들은 시쳇말로 이름 없이 출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대 가치로 보면 당연히 은메달이나 동메달보다는 금메달이 우위에 있지만, 어떤 종목이냐에 따라 금메달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은메달과 동메달도 있더라는 것입니다. 가령 근대 5종의 동메달이나 높이뛰기의 은메달은 사격, 펜싱, 그리고 양궁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메달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이런 종목들은 누가 생각해도 우리나라가 순위 권에 들 수 있는 종목이라고 보기 어려우니까요.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피땀 흘려가며 운동에 전념해 온 대한민국 선수단 전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