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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15. 2024

글쓰기 비밀 II

0673

불만과 불안을 반깁니다.


글을 쓰기에 좋은 조건이 마련된 셈입니다.


결핍과 불순물이 가득해지는 순간이 귀합니다.


풍족해서가 아니라 값싸게 부족함을 수시로 해소하기 때문에 좀처럼 순수한 결핍을 가지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이때 속상하다고 주저앉아 자신을 책망하기보다는 펜을 집어 들고 불만 사이의 골짜기를 따라 걸으며 등고선을 그려보는 겁니다.


꼬불꼬불한 그 길 가에 흩어져있는 메시지들을 주워 담으며 불안을 다른 감정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게 됩니다.


활자의 언어는 거대하고 촘촘한 그물이 되어 무수한 기억들을 가져와 지금의 상황을 버무려 이전의 질서로 안내합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한 말은

허공으로 공허하게 휘발되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쓴 글은

저만치서 찬란하게 자리합니다.



불안과 불만을 만집니다.


밀치면 비호감인 채로 증식하지만 끌어당겨 촉각 하면 본질을 만나게 됩니다.


이 감각들을 고스란히 활자로 옮기면 다른 성질의 유의미한 모습으로 재조직되어 작동합니다.


마치 글이 조작기기가 된 듯 마음 구석구석 침투해 아름답게 헤집고 갑니다.


그러한 기능을 경험하고 나면 가끔씩 불온한 감정들이 고이는 시간을 즐기기도 합니다.


글쓰기가 불만과 불안을 다루지 못한다면 애초부터  그것의 본체가 아니었거나 그것의 표면만 흘낏 본 탓일 겁니다.


글쓰기 방법론을 굳이 물으신다면 내게 시시 때때 습격해 오는 불안과 불만들과 친숙해지는 일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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