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작이 Nov 03. 2024

핑계는 끝이 없다.

글쓰기를 통해 삶의 진실을 경험한 사람은 극도의 부정과 절망감에 빠지지 않는 한 글쓰기를 외면할 수가 없다. 그건 마치 "이제 더 이상 물을 마시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물은 몸속에서 피가 되는데, 피가 없이는 살 수가 없다.
가끔 사람들이 말한다.
"저는 글을 쓰고는 싶은데, 아이는 다섯이나 되고, 온종일 직장에 매어있고, 아내는 맨날 구박하고, 부모님이 진 빚도 엄청나고……."
이유가 끝도 없다. 그러면 나도 그들에게 말한다.
"다 핑계예요. 정말 쓰고 싶다면 쓰세요. 이건 당신 인생이잖아요. 그러니 책임을 지세요.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기다릴 건가요. 일주일에 단 10분이라도 시간을 내보세요."
☞ 나탈리 골드버그, 『글쓰며 사는 삶』, 페가수스, 60~61쪽

글을 쓰고 싶은데 도저히 시간이 없어서 쓸 수 없다는 분들을 종종,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주 만나곤 합니다. 그들은 저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글을 많이 쓸 수 있냐고 말입니다. 물론 그들이 제 글의 질적인 면을 보고 하는 말은 당연히 아닙니다. 자기들이 생각하기엔 단 한 편의 글도 쓰기 쉽지 않은데, 하루에 서너 편씩의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신기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럴 때 사실 제가 기성 작가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이런 말을 이렇게도 당당하면서도 또 뻔뻔하게 할 수 있는 그 근거가 빈약하게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렇게 또 힘주어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막상 해 보니 실제로 그렇다는 걸 제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고는 싶은데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도무지 그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핑계를 남발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글을 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 쓴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최소한 한 달에 한두 번은 라운딩을 나가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실내연습장에 나가서 골프를 칩니다. 물론 갈 때마다 술자리는 이어지고요. 그래서 제가 한 번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글을 쓰고 싶냐고 말입니다.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그는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골프를 그만둘 생각이 있냐고 했더니 그건 곤란하겠다고 하더군요.


공식적인 검도의 경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사들의 세계에 그런 말이 있다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목을 취하려면 내 갈빗대 하나는 내어줘야 한다고 말입니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의미는 통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을 여기에 한 번 대입해 보겠습니다. 진정으로 글을 쓰고 싶다면 그는 골프채를 손에서 내려놓아야 합니다. 골프 때문에 그 많은 시간을 쓰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시간이 안 나서 글을 쓸 수 없다고 하는 게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는 이유입니다. 물론 그가 골프를 그만두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그만큼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을 했다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골프냐 글쓰기냐를 두고 서열 정리를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골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글쓰기를 버려야 하고, 그의 말처럼 그렇게도 글쓰기를 해야 한다면 골프를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분을 알아온 지 얼추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여전히 그는 저를 볼 때마다 글을 쓰고 싶다고 합니다. 물론 여전히 골프를 치고 있고요. 상대방의 목을 취하려면(글을 쓰고 싶다면), 자신의 갈빗대 하나쯤은 내어줘야(골프를 그만둬야) 합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겠다는 건 무모한 욕심에 지나지 않습니다.


뭔가는 하고 싶은데 어떤 어떤 이유들 때문에 할 수 없다며 핑계를 대는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고 있는 그것이 핑계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것들 때문에 당연히 할 수 없다며 자신을 합리화할 뿐이지만, 막상 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저 핑계로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하루에 고작 30분 정도의 여가 시간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정말 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아까운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뛰어드는 게 사람입니다. 남아 있는 부족한 시간을 마냥 탓하기만 하고, 그나마 갖고 있는 시간을 쪼개어 쓰기는 아까워하면서 시간이 없다고만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TV 시청, 스마트 폰 사용, 사람들과의 모임, 골프, 배드민턴, ……)에 시간을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왜 이런 일들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라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아실 겁니다. 왜냐하면 글을 쓰고 싶다고 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이런 일들은 글쓰기와 병행할 수 없는 일이니 진정 글을 쓰고 싶다면 이런 유흥은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다 핑계라는, 정말 쓰고 싶다면 쓰라는 그녀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문성을 갖추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