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나
주제 3: 내가 SNS를 하지 않는 이유
"SNS는 인생의 낭비다."
영국의 명문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 경이 한 유명한 말입니다. 요즘처럼 SNS에 목매는 세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입니다. 그러건 말건 간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SNS에 울고 웃곤 합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SNS에 빠져드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그런 획기적인 시스템을 개발한 사람조차도 자기 이이들에겐 성년이 될 때까지는 사용을 금지시키겠다고 공언한 게 바로 SNS인데도 말입니다. 그들도 스스로 그 폐단을 알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아마도 자기 정체성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조차도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겁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내가 왜 나를 모르겠는가'라고 반문할 것 같긴 합니다. 여기에서 '나를 안다'는 것은 타인에게 알려진 객관적인 지표로서의 '나'에 관련된 사항들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타인은 결코 알 수 없는 보다 내적인 '자아'의 본질에 대한 걸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철학적인 입장들이 바로 '자기 정체성'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자기 정체성이 확립된 사람들은 SNS에 빠져 들지 않습니다.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 보지 않아도 '내 인생'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익히 알고 있습니다.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그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걸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설령 SNS를 사용한다고 해도 '좋댓구알(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 따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삶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는 사람들이, 자기 정체성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기에 골몰하곤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나의 삶'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없기 때문에 파도에 밀려왔다 쓸려나가듯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의 분위기에 맡겨 버립니다. 전망 좋은 곳에 가면 인증샷을 찍고, 맛있는 음식점을 다녀가면 마치 자신이 처음 가 본 듯 호들갑을 떱니다. 몇 줄의 멘트와 함께 사진을 남기면 그때부터 그들은 타인이 자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우스운 건 '좋아요'가 달리지 않으면 본인도 그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더러 댓글이 달리면 뭔가 큰 기쁨이라도 얻은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균적인 자신의 삶은 어딘지 모르게 영 시시하고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오직 위만 보며 사는 게 정석처럼 보입니다. 그러던 도중에 자신이 누리고 있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그들을 동경할 뿐입니다. 한 마디로 자기 삶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자기 안에 있지 않고, 밖에서 찾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SNS에 빠진 사람들은 그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소확행'이라는 말로 합리화하곤 합니다. 원래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소확행'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걸 간과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가 말한 소확행은 아무나가 누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고 말하는 혹은 누리고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사람에겐 그것이 소확행인지 몰라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우리 같은 사람에겐 소확행이 아니라 그건 곧 방종이고 자신의 삶을 방기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요즘의 MZ 세대들이 말하는 소확행은 왜곡된 이미지일 뿐입니다. 잘못된 말에 휘둘려선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SNS를 하지 않습니다. 제가 제 정체성이 확실해서라기보다는 제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저는 하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