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 어떤 일을 하든 잘하고 싶어 합니다. 그 이유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잘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할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자주 회자되는 걸 보곤 합니다.
잘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
흔히 이 말은 스포츠 경기에서 들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거나 누가 봐도 상대 자체가 안 되는 팀을 만났을 때, 경기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은 경기를 즐기자는 다짐을 합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세계 축구 최강의 브라질이라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그 경기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면, 브라질을 이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잘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습니다. 말의 논리를 따라가자면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이 '잘하는 것'입니다. 그보다 조금 더 나은 건 '좋아하는 것'이고, 맨 위에 '즐기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가요? 이상하지 않은가요? 이 논리대로라면 경기를 즐기자는 우리나라 대표팀의 말은 잘못 말한 것이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한 셈이 됩니다. 왜냐하면 즐기려면 최소한 좋아할 수 있어야 하고, 좋아하려면 잘하는 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축구를 즐기려면 잘한다는 건 이미 전제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본다면 브라질이라는 나라를 상대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경지는 안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자, 여기에서 글쓰기와 관련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영국의 소설가 마르티나 콜이 한 말을 인용해 볼까 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을 당신이 즐기지 못하면, 아무도 즐기지 못한다.
마르티나 콜은 우리에게, 글을 쓸 때 무엇보다도 즐길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글쓰기를 막상 즐기려고 해도 두 개의 관문을 거쳐야 가능하다는 논리가 도출됩니다. 먼저 글쓰기를 능숙하게 잘해야 하고, 여기에서 더 발전하여 글쓰기를 좋아해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글쓰기에서만큼은 이 순서가 뒤집혀야 올바른 순서가 아니겠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즐기는 것이 먼저이고, 그다음은 좋아하게 되는 것이며, 이 두 가지가 모두 선결되어야 아마도 잘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제 그러면 서두에서 말한 표현을 다듬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잘하지는 못해도 좋아할 수 있고, 좋아하진 못해도 즐길 수는 있다.
이 말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글쓰기를 즐길 수 있다면 좋아할 수 있게 되고, 글쓰기를 좋아할 수 있다면 잘할 수 있게 된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글쓰기를 좋아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를 좋아하려면 글쓰기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서두에서 말한 것과 비교했을 때 정반대의 경우가 되었습니다. 맨 위 층위에 '잘하는 것'이, 그 아래에는 '좋아하는 것'이, 그리고 맨 아래에는 비로소 '즐기는 것'이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잘하는 글쓰기, 좋아하는 글쓰기, 그리고 즐기는 글쓰기의 첫출발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글쓰기를 즐길 수 있는 혹은 즐길 줄 아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글쓰기라는 것이 우리 내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영혼을 탈탈 털어낼 정도로 속을 다 게워내는 것이긴 해도, 그래서 쓸 때에는 더러는 산고의 고통에 견줄 만큼 힘이 들기는 해도 진정으로 글쓰기를 즐길 수 있다면, 머지않아 글쓰기가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좋아짐'의 끝은 '잘하는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좋아하지 못한 상태에서, 즉 싫어서 마지못해 쓴 글을 다른 그 어느 누가 좋아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