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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11. 2024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놀이

여섯 번째 명언: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이다.

혹시 제가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씀드린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제가 이런 말을 했더니 직장 동료 중 한 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분은 제게 글쓰기가 재미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저는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과 돈과 엄청난 열정을 쏟아붓습니다. 그것이 누가 생각해도 법에 저촉이 되는 것이거나 윤리적으로 흠이 되는 것만 아니라면 그 어떤 것에 매달리든 비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낍니다. 또 어떤 이는 골프를 칠 때 그렇다고 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마음이 맞는 사람과 술을 마실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 그것이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어찌 보면 세상은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선 충분히 공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몰입감을 느끼고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전 감히 이렇게 말하려 합니다. 글을 쓸 때 저는 가장 행복하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슬쩍 딴지를 걸어옵니다. 원래 우리가 시간이 날 때 뭔가를 한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그 일을 꽤 능숙하게 해낼 수 있거나 작은 성취물이라도 얻을 수 있을 때 그것이 곧 특기가 됩니다. 그분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최소한 자신의 특기가 될 만한 것을 수행할 때 우리는 행복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 말은 곧 저에게 이렇게 반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글을 잘 쓴다는 말이야?"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 많은 것들 중에 그다지 잘 해내지 못하면서도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의 하나가 글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쓰기는 어쩌면 결과보다는 그 쓰는 과정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 행복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외로움은 수반됩니다. 그래서 아마도,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대문호 존 스타인벡이 그런 말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이다.


존 스타인벡은 우리에게 글쓰기라는 것은 외로운 노동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외로운'이라는 표현과 함께 저는 '고독한'을 떠올려 보고자 합니다.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두 낱말은 우리에게 워낙 익숙한 단어이긴 합니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두 낱말의 뜻은 꽤나 유사해 보였습니다.


외롭다: 혼자 있거나 의지할 대상이 없어 고독하고 쓸쓸한 상태에 있다.
고독하다: 홀로 있어 외롭고 쓸쓸하다.


얼핏 이렇게만 본다면 외로움과 고독은 모두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말로 여겨집니다만, 미국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폴 틸리히는 두 가지를 명백하게 구분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고,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  


어쨌건 간에 두 낱말의 뜻을 음미해 보자면, 혼자 있다는 그 상태에 대한 인식은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혹은 고독을 느낀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이에 따르면 외로움은 고통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고독은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을 갈구하는 누군가가 옆에 짝이 없어서 지독한 고통을 느낀다면 그건 분명 외로움이라는 말로 자신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혼자 있지만 꾸준히 뭔가를 하고 있고 그 속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그건 곧 고독을 즐기는 것이 된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겠지만, 저는 글을 쓸 때 외로움을 느끼진 않습니다. 차라리 그것은 고독에 가까운 감정 놀음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저의 글쓰기는 감정의 놀음이자 유희이며, 그런 이유 때문에 제게 글쓰기는 노동이 될 수 없습니다.

자, 그렇다면 존 스타인벡의 글쓰기 명언을 이렇게 바꿔서 말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놀이이다.


비록 혼자해야 하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고독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글쓰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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