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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17. 2024

사는 게 무료할 때

296일 차.

문득 오늘 아침부터 이상한 한 가지 생각에 꽂혀 하루를 보내왔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뭔가 한 가지의 생각에 사로잡히는 날이면 그다지 한 것도 없이 시간만 축내기 일쑤라는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사람이 생각할 수 있다는 게 그리 큰 장점이 아니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은 또 무슨 생각에 꽂히게 되었을까요?


뜬금없이 사는 게 참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삶의 순간이 흥미진진할 수는 없다고 해도 너무도 관성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제 모습이 보였다고나 할까요? 어떻게든 흘러가는 게 시간이라지만 이렇게 맹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별로입니다. 마치 잠이 와서 지난밤에 그렇게 잠이 들었던 것처럼 아침에 눈을 뜨니 또 하루를 이렇게 살아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런 식의 삶의 모습이라면 제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더 그런 생각이 든 것일까요? 지금 머릿속에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왔나 싶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뭐, 해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특별히 일이 없습니다. 일어날 때 일어났고 밥 먹을 때 식사를 했습니다.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오늘 해야 할 일은 꼬박꼬박 해냈습니다.


아, 글쓰기는 예외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좋아하는 글도 쓰지 않았습니다. 이제 고작 오늘의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어쩐 일인지 조금은 지루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어쨌거나 미루어두거나 하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시계는 벌써 밤 10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일찍 잠에 드는 사람이라면 하루가 마쳐갈 시간입니다. 아마 오늘 자의 글을 이렇게 늦은 시각에 쓴 건 꽤 오랜만의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사는 게 무료한 것과 글쓰기의 시각이 늦어지는 것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사는 게 무료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해서 제가 뭔가 특별한 삶의 재미를 추구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렇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 나름 열심히 살아간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삶에 재미가 덜 하더라, 하는 걸 느꼈다는 것입니다.


얼핏 가을을 타는 모양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가을엔 구르는 낙엽만 봐도 마음이 심란하다고 하더니 그래서 오늘 그 몹쓸 생각으로 하루를 허비하고 만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오늘만 딱 이 생각에 젖어 있다가 내일이 되면 말끔히 잊어버릴 작정입니다. 내일은 또 새롭게 시작해야 할 하루가 펼쳐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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