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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23. 2024

선택의 순간, 그 후에

주제 2: 선택

삶은 늘 선택으로 점철된 순간입니다.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을 하게 되더라도 우리는 선택이라는 순간을 직면하게 하게 됩니다. 오죽했으면 결정장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삶에 있어서 ‘선택’은 무시할 수 없는 화두입니다. 이런 선택은 으레 갈등이라는 상황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더 좋은 것, 더 바람직한 것, 우리에게 더 유익한 것을 골라내기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니까요.


대체로 선택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두 가지 감정을 갖게 됩니다. 하나는 만족이고, 다른 하나는 후회일 것입니다. 우리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 만족한다는 의미이고, 왜 굳이 그것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곧 후회라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는 뜻이겠습니다.


하다 못해 제가 글을 쓰려고 집을 나섰을 때에도 집 앞에 있는 세 군데의 커피 전문매장 중에서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스타벅스, 파스쿠찌, 그리고 투썸플레이스 등입니다. 물론 중저가 브랜드의 커피 전문매장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까지 포함하면 무려 십여 곳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비용만 생각한다면 사실 파스쿠찌를 선택한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중저가의 브랜드는 이곳에 비해 3~40% 정도 커피값이 저렴하고 매장의 넓이로 본다면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가 이곳보다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곳을 낙점한 이유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커피값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중저가 매장과 비교했을 때 눈치 보는 일 없이 오랜 시간 동안 머물러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 번 와서 제가 세 시간 이상을 머문 기억은 없지만, 워낙 자주 와서 아르바이트 점원들부터 사장 내외분들까지 얼굴을 알고 있으니 이만한 조건도 없는 셈입니다.


고작 글을 쓰려고 커피 전문매장을 오는 일만 해도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을까 하는 고민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 말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셀 수 없이 많을 정도의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저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생각에 젖어 봅니다. 선택의 순간에서 정말 그 선택이 옳았는지, 잘한 선택인지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 많은 선택의 순간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으니, 그중에서 세 가지만 되짚어 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대학 학과와 직업을 선택한 일입니다. 저는 31년 전에 대구교대 음악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최소한 그때는 잘한 결정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만큼 시간이 흐르고 보니, 또 너무도 각박해져 가는 인심을 생각하니 그리 잘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학과의 선택보다도 더 후회되는 선택이 있긴 합니다. 바로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의 길에 들어서기로 결정한 일입니다. 교대를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초등학교 교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배운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 저로선 사실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아들과 딸이 교대 간다는 말을 할까 싶어서 꽤 긴 시간을 노심초사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제가 이 선택에 대해서 얼마나 뼈저린 후회를 하고 있는지 아실 겁니다.


두 번째 저를 후회하게 만든 선택은 결혼입니다. 오십여 년이 넘게 살아보니 저는 비교적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습니다. 결과론적인 발언에 지나지 않겠으나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여선 안 됩니다. 무엇을 하든 혼자서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만 저라는 사람의 개성을 발현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도 최소한 타인(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삼십 년 가까이 산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었으니 처음부터 찰떡같은 궁합을 바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에도 자격이, 혹은 자질이, 혹은 보다 더 성숙한 인격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결혼을 후회합니다. 하나 마나 한 상상입니다만,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두 번 다시는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지금의 이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태어나야 가능한 일이겠습니다.


마지막은 제가 유일하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습니다. 바로 글쓰기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종종 묻곤 합니다. 왜 글을 쓰냐고 말입니다. 수많은 대답 중에서 요즘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은, 좋으니까 하지,라는 것입니다. 술꾼인 사람에게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냐고 물어보면 이런 낙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나 하는 대답을 합니다. 다양한 취미 활동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써가면서까지 빠져드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면 그들 역시 비슷한 대답을 하곤 합니다. 한 마디로 좋은 데 무슨 이유가 있겠냐는 겁니다. 저 역시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쓰지 않았으면 과연 무슨 재미로 살아왔을까, 하고 말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적지 않은 선택의 순간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제가 하게 되는 그 많은 선택의 대부분을 만족하며 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건 어쩌면 지나친 욕심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런 생각을 해 보긴 합니다. 선택의 상황을 줄이면서 살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선택의 상황을 줄일 수 있냐고요?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살아간다면 저는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는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태도로 살아간다면 가능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살아있으니 선택이라는 갈등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의 이 하루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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