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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Dec 10. 2024

540일, 매일매일 글쓰기

감히 저 같은 사람이 안중근 의사의 말을 가져와 써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분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말을 약간만 변형하여 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사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써왔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목적도 아니었고, 출간이나 등단도 우선은 제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매일 같이 글을 한 번 써 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오늘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언제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는지 찾아보았습니다. 2023년 6월 20일부터 그 고행(?)을 시작했더군요. 굳이 세어 보자면 오늘이 딱 540일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 숫자가 과연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요? 다만 저는 그 적지 않은 날들을 글쓰기를 빼먹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에 큰 점수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일 뿐입니다.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꾸준히 해서 그것이 습관이 되려면 누군가는 최소 3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합니다. 더러는 두어 달은 걸려야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3주가 되었건 두 달이 되었건 간에 540일, 즉 1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제게는 글쓰기라는 것이 어느덧 습관으로 정착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젠 어딜 가서든 글을 쓰는 게 유일한 취미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제 특기가 글쓰기라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만, 최소한 습관으로 정착이 되었다는 것에는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매일 글을 쓰고 있는 제게 글쓰기가 습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그러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요즈음 앉으나 서나 글에 대한 생각뿐입니다.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심금을 울릴 만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한창 두 번의 시도에도 완결하지 못한 장편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소설을 써 본 분은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수필을 쓸 때와는 달리 소설을 쓰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머릿속엔 온통 소설과 관련한 생각들만 떠다니게 됩니다. 그런 상태가 되지 않는다면 소설과 같은 글은 결코 쓸 수 없는 건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가족들은 그렇게 대책 없이 글만 써서 뭐 하냐고 묻곤 합니다. 31년 된 제 가장 친한 친구 역시 종종 그런 질문을 해서, 녀석이 의도한 건 아니라고 해도 저를 흔들려고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참 묘하지 않습니까? 이만큼 지속적으로 글을 써 보니 이제 어지간해서는 아무리 누가 옆에서 저를 흔들어대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습니다. 이런 것이 글쓰기의 근육이라는 것일까요?


만약 그 말이 맞다면 이젠 제게도 글쓰기의 근육이 꽤 튼실하게 붙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살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점점 더 단단해져 가고 있다는 것도 느껴집니다. 그렇게 보면 매일 하고 있는 운동이나 글쓰기가 그 원리는 매한가지였습니다. 운동을 게을리한 채 움직이지 않고 먹기만 한다면 한정 없이 살이 찌는 것처럼, 글도 자꾸 써야 근육이 붙게 되는 것이겠습니다.


아무튼 540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글을 써온 저에게 오늘은 따뜻한 차나 한 잔 타줘야겠습니다. 감히 말하건대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것,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시도만 한다면 누구든 가능한 일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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