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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Dec 26. 2024

해가 저물고 있다는 실감

335일 차.

오늘까지 포함해서 이제 2024년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가는 시간을 어쩌겠습니까마는, 올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는 게 이제 실감이 됩니다. 보통 이럴 때 정든 2024년이 간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정들었다는 건 모종의 미련이 남아 있다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이대로 그냥 놓아 버리기엔 아쉽다는 의미입니다.


저에게 얼마 만한 미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실 미련을 운운한다는 건 그만큼 애착도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미련이나 애착을 생각하기 이전에 늘 그래왔듯 살아 있으니 눈앞에 놓인 시간들을 살아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혹은 능동적으로 살고 싶은 의지가 있었을 테지만, 살고 안 살고의 선택지는 제게 있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저 습관적으로 삶이라는 과정을 되풀이해 온 것입니다. 거기에 무슨 결연한 의지나 체계적인 계획 등이 끼어들 틈이 있었을까요? 그런 자잘한 것들은 시긴이 반복되고 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저께와 똑같은 어제가 되풀이되었고,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 하루가 재연될 것입니다.


또 한 번 찬찬히 올 한 해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설령 그것이 별다른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도 찾아야 합니다. 아쉬웠던 점들은 올해보다 더 나은 새해를 계획하기 위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니까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습니다. 몸을 깨끗이 했다면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게 마땅합니다. 목욕재계한 뒤에도 헌 옷을 입거나, 정갈하지 못한 몸으로 새 옷을 입는 건 현명한 일이 못 됩니다. 무조건 새것이 가장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가게 되어 있는 2024년이라면 이젠 과감히 놓아주고 다가오는 2025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요 며칠 사이에 새 부대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부대가 튼튼하기는 한지, 구멍이 나거나 터진 곳은 없는지, 그래서 뭔가를 담는다는 그 충실한 용도를 감당해 낼 수 있는지는도 따져 보았을 것입니다. 전적인 확신은 없다고 해도 이쯤이면 능히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집도 깨끗이 치워 놓고 맛난 음식들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정확히 몇 명이나 오는지, 또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젠 손님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꼭 와야 할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적잖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굳이 오지 않아도 될 사람까지 온다면 당황스럽긴 할 듯합니다.


어쨌건 간에 제가 할 도리는 다했습니다. 거울을 보고 제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한 후에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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