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두 번째 글: 그래도 나를 몰아붙이는 건 괜찮겠지요?
보통 일이 한꺼번에 몰려 있으면 혼이 빠진다는 표현들을 쓸 때가 있다. 그 일들을 제대로 해내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무슨 정신으로 일을 마치는지에 대한 인지조차도 희미할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올해에는 무슨 심산인지 어차피 해야 할 일은 뚝뚝 떨어뜨려놓고 하려 하지 말고 가능하면 확 몰아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같았으면 9월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한 뒤 대략 1달 반 정도의 휴식을 가진 뒤에 수업연구교사 공개수업을 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느닷없이 작년과는 정반대의 패턴으로 두 가지 일을 거의 동시다발로 처리하려는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 변덕스러운 마음 때문에 본의 아니게 몸과 마음이 덩달아 고생길에 오르고 말았다.
다음 주 화요일에 우리 반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다. 당연히 열심히 준비 중이다. 수업을 어떻게 계획해야 당일에 온 학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어필(그들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할 수 있는지, 어떤 활동으로 수업을 구성하면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고 활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나름의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가장 최선의 수업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짜낼 수 있는 만큼은 충분히 기획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쨌거나 수업은 시작하고 나면 곧 끝나게 되어 있다. 노골적으로 얘기해서 수업을 잘했다고 칭찬을 듣든 수업을 못했다며 따가운 시선을 받든 그 반갑지 않은 평가의 시간은 지나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숨 좀 돌리고 나서 바로 다음 날,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수업선도교사 공개수업이 있다. 참고로 수업선도교사는 수업연구교사를 2회 이상 인증해야 도전할 수 있는 제도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늘 믿으며 살아온 나였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최소한 수요일 오후면 공개수업에 대한 모든 부담감을 떨치고 마음은 편해질 수 있지만, 막상 큰 수업 두 가지를 앞둔 이 시점에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해서 머릿속에 지도안이 두 가지가 들어 있어서 이거 생각했다가 잠시 후 다시 저거 생각해야 하고,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이거 만들었다가 다시 저거 만들었다가 하는 식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 몹쓸 놈의 가학적인 기질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타인에게 가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니다. 전적으로 내게 그렇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남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가끔은 나를 꽤 심하게 몰아붙이곤 한다. 종종 그러면서 난 희열을 느끼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런 나를 보며 친구 녀석은 사이코 같다는 말까지 했다.
그나마 주말은 쉴 수 있으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어제와 오늘 야근을 했고, 오늘은 11시 조금 넘어 퇴근했다. 씻고 좌식 책상에 앉으니 11시 40분, 몸은 늘어질 대로 늘어지고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자리 펴고 눕고 싶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하는 마음에 이렇게 또 글을 쓴다. 수요일 오후가 되어 보면 알겠지만, 여전히 잘한 결정인지 지금으로선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냥 가장 흔한 말 하나를 떠올리며 이 밤을 보내려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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