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세 번째 글: 200일째 매일 글쓰기 성공!
3월 2일 아침 6시 51분에 첫 글을 썼다. 잘 쓴 글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대답은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테다. 하필이면 글을 규칙적으로 쓰기 시작한 첫날이 3월 2일, 맨 정신이었다면 아마 그날을 기점으로 잡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마음이 컸던 모양이었다. 그날은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이니 이왕이면 그날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다고 말이다. 그 정신없던 날, 행여 첫날부터 지각이라도 할까 싶어 발을 동동 굴려가며 기차에 올랐을 그때 바로 폰을 꺼내어 두드려 댄 글이 바로 1일 차의 글이었다.
솔직히 지금 읽어봐도 왜 그것밖에 못 썼는지 이해가 불가하지만, 가진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니 사실 그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다. 어휘력도 턱없이 부족하고 표현력은 그보다 더 못 하면 못 했지, 나은 게 하나 없는 글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그 글을 읽는다는 생각만 해도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부끄러움이 앞서는 글이다. 그래도 어쨌건 간에 그 글도 내가 쓴 글이다. 게다가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보자고 처음으로 다짐을 둔 글이니 그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겠나 하는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 본다.
정신없는 가운데 200일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이걸 도대체 언제 끝내나, 하는 생각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결국은 시간이 말해 줄 뿐인 것이다. 200일을 거쳐 오는 동안 어쨌거나 하루도 빠짐없이 한 편씩의 글을 썼다. 글의 작품성, 당연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수준 미달의 글을 쓰면서 고작 그 정도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냥 욕심은 버리기로 했다.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 되는 걸 두고 억지로 연연해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취월장하듯 나아지는 게 글은 아닐 것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쓰겠다, 이것 하나만 생각하고 어차피 달려온 길이다.
9월 17일, 그래서 지금 내겐 200개의 글이 쌓여 있다. 간혹 잘 쓴 글, 거의 대부분은 그냥저냥 한 글, 더러는 두 번 다시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못 쓴 글……. 뭐, 상관없다. 앞에서 말했듯 잘 썼거나 못 썼거나 내가 쓴 글이다. 잘 났으나 못났으나 내 자식인 것이다.
200편의 글을 쓰는 동안 내 나름으로는 일단은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과연 얼마나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가능하다면 매일 다른 소재로 과연 글을 과연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결론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 남은 800여 개의 글도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사실 100일 전, 100일 글쓰기에 성공하고 나서 이대로 쓴다면 조금 더 긴 기간 동안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내가 처음으로 의도한 미션은 100일 글쓰기였는데, 성공하고 보니 아마도 어쩌면, 이거 뭐 별 거 아니네, 하는 약간은 시건방진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상향 조정된 목표가 1000일 글쓰기가 되어 버렸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던 만큼 힘든 점은 없었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단연코 없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재가 궁해서 글을 쓰는 데 애를 먹은 적은 없었다. 물론 뜻대로 글이 안 풀리는 날은 아주 가끔은 있었지만, 뭐, 그것도 그 나름 잘 해결되었다. 다만 멍하게 있다가 타이밍을 놓칠 뻔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어느 날엔가 자야지, 하며 누웠다가 이상한 마음이 들어 네이버 블로그를 열어봤더니 세상에 그날의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가 11시 47분, 남은 13분 만에 후다닥 한 편의 글을 써버렸다. 그렇게 쓴다고 해서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명색이 나와의 약속이니 그 간단한 것 하나 못 지킨다면 앞으로 내가 어딜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존심을 걸고 눈에 불을 켠 채 타이핑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남은 800일 동안 내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멀리 출장을 가는 날도 있을 것이고, 간혹 안 좋은 일에 휘말려 온몸과 마음이 시달리는 날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나는 계속 간다. 최소한 1000일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까지는 달릴 것이다. 행여 1000일을 완성한 뒤에 10000일로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무모함을 발휘하지 않을까 염려는 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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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네이버 블로그 화면 직접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