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Sep 17. 2023
몸에 이상이 오면 약을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라는 신호다.
물론 모든 질병에 통하는 바는 아니지만 딱히 지칭할 수 없는 병들의 다수는 그러하다.
지난 소홀했던 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마지막 통첩이자 누적된 처방전이다.
이때 병원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뚝방길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통증이 발걸음을 더디게 했으나 점차 빠르게 걷기에서 느린 달리기로 옮겨갔다.
달리는 내내 양편으로 잎 무성한 자연이라는 의사가 도열해 나의 몸상태를 진찰해 주었다.
그들은 내게 독한 약물보다는 신선한 산소를 내뿜어 주었고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권유도 하지 않았다.
너는 자연으로부터 왔으니 자연을 거스른 탓이라고 나지막하게 귀엣말을 할 뿐이다.
그것은 어떤 부위의 문제가 아닌 균형의 문제라고도 한 것 같다.
(그 순간 바람이 부는 바람에 잘 듣지 못했다. 자연은 같은 말을 두 번 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잠시의 움직임에 몸의 통증이 사라졌다.
자연은 스스로 진통제를 가지고 있었다.
형상이 없으며 가만히 앉아서 입에 털어 넣으면 되는 알약이 아니었다.
마치 부레가 없는 상어의 지느러미가 부지런한 헤엄으로 만들어낸 '순간의 부레'같았다.
그 깊은 범주의 장악이 가능한 건 어쩌면 결핍의 극복일 것이다.
비타민C 하나 인간의 몸에서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부단한 균형으로의 노력을 요구받는다.
나는 지금 약 대신 운동을 복용하고 있다.
적절한 운동은 식전에 복용해도 위장에 무리가 없고 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생체적 부작용이 없다.
운동 복용 시에는 몸을 침대에서 떼고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여는 과정까지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눈을 뜬 채 기상할 시간을 계산하거나 바이오리듬 혹은 팬티와 깔맞춤의 양말을 고르거나 현관의 거울에 내 몰골을 비쳐봐서는 안된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나가는 것이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밥은 먹기 때문이다.
운동을 복용하는 자는 취미가 아닌 생존이다.
모든 것은 리듬이다.
간헐적 운동은 오히려 피곤하기만 하다.
몸이 아닌 해야 한다는 강박의 마음이 그렇다.
하루의 첫머리에 운동을 두는 것은 삶을 산 채로 맞이하고 달려가 적극적으로 살아내겠다는 뜻이다.
땀을 훔치며 쓰는 글쓰기는 온화하고 평화롭다.
불과 일주일의 복용효과가 이러한데 백일 후에는 얼마나 놀라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