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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Sep 27. 2023

나의 통근법

여든두 번째 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12년째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근하고 있다. 집에서 직장까지 38.4km, 경북에 근무지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먼 거리가 볼 수는 없다. 장기간 통근한 경험으로 보자면 딱 적당한 거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차 시각과 학교로 들어가는 마을버스의 시각이 맞지 않고, 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어쩔 수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그렇다 보니 출근할 때에는 2시간 10분, 퇴근할 때에도 2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총 4시간 30분 동안 통근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그 시간이 아깝지 않으냐고 묻는다.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사는 동학년 선생님 한 분은 기상 시간이 7시 40분이라고 했다. 그에 비해 내가 일어나는 시각은 5시 40분이다. 무려 2시간이나 앞선다. 시쳇말로 피 같은 아침잠을 2시간이나 포기해야 한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그 긴 시간 중 어쩌면 어느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기 때문이겠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는 책을 읽으며 다녔고, 지금 같으면 글 쓰느라고 정신이 없다. 유튜브 영상을 보는 데에 이 아까운 시간을 소모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특히 숏츠 영상은 절대 금물이다.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것들이라 시간을 보내기엔 딱인 건 알지만, 숏츠 영상만 봐도 하루쯤은 우습게 보낼 수 있다는 것쯤은 안다.


사실 출퇴근 때 운전을 하게 되면 왕복 1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3시간을 더 소모하는 셈이다. 죄다 글을 쓰는 데 시간을 쓰고 있으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말처럼 피로가 가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그것도 한 해 한 해가 흐를수록 그 체감 정도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결국 관건은 체력이다.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선택이든 그 결정적인 순간에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 번 결정했으면 되돌릴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후회하는 것도 내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난 대중교통으로 통근하기로 결심한 12년 전의 내 선택에 그 어떤 후회도 없다. 1시간 반만 들여 출퇴근하면서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소모하며 하루를 날리는 것보다는 3시간이나 더 걸려도 지금처럼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패턴을 12년만 더 반복하면 된다. 앞으로 몇 번이나 근무지를 옮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통근 거리가 더 가까워질 수도 혹은 더 멀어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거리와는 관계없이 각 교통수단 간의 연동성이 더 불편해질지도 혹은 더 나아질지도 모른다.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치지 않도록 자주 휴식을 취하고 틈틈이 체력을 길러야 하겠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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