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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13. 2023

다시 금요일

백세 번째 글: 오늘이 불길한 날이라고요?

아침에 지하철에 오르면서 날짜를 확인했습니다. 열차 정기통근권을 사용하는 저로서는 아침마다 반복되는 일입니다. 벌써 또 금요일입니다. 시간 참 잘 간다며 또 하나마나한 말을 내뱉습니다. 다시 한 주간이 이렇게 끝나고 있는 것입니다. 어영부영하다 이만큼 시간이 흘렀고, 후다닥 하는 사이에 어느덧 주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름 한 주간을 열심히 살았으니 오늘만 무탈하게 보내면 이틀이라는 달콤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다람쥐 쳇바퀴, 저의 영원한 화두인 일상이 또 그렇게 반복됩니다.

문득 '13일의 금요일'이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별 스토리도 없는 영화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떤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사람인지 괴물인지 아직도 헷갈리지만)이 한 명 나와 밑도 끝도 없이 사람들을 죽입니다. 제작 및 개봉 시기도 오래되었지만, 시리즈를 거듭하여 열 편도 넘게 이어진 걸로 아는 영화입니다. 찾아보니 1980년에 1편이 나왔네요. 무려 43년 전의 일입니다. 총 나온 시리즈는 모두 열두 편, 1편을 볼 때부터 왜 제목을 '13일의 금요일'이라고 붙였는지 궁금했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날이 바로 13일의 금요일이었다는 게 정설이고, 그 외 다양한 속설들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서양인들이 매우 불길한 날로 여기는 날이라고 했던 그런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별 이유도 없이 13일의 금요일만 되면 불길한 날이라며 수선을 피웠던 학창 시절 때의 일이 기억났습니다. 그게 뭐라고. 수학은 잘 모르지만, 일곱 개의 요일 중 금요일, 게다가 서른한 개의 날짜 중의 13일이 겹쳐야 하니 우리가 '13일의 금요일'을 맞을 확률이 1/217이었던가요? 그 때문인지 실제로 금요일인데 날짜까지 공교롭게도 13일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확률적으로만 봐도 쉰두세 번쯤의 금요일 가운데 두 번도 채 돌아오지 않는 날이니까요.

어찌 되었거나 많은 직장인들이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유가 어떠하든 오늘만 지나면 이틀을 쉴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엄청난 메리트인 것이지요.

다른 건 모르겠고, 이번 주말은 잠을 조금 줄여서라도 시간을 제대로 한 번 써 보고 싶습니다. 평일에 부족한 수면 시간을 메꾼답시고 당연하다시피 늦잠을 자곤 했는데, 이번엔 평일의 긴장감을 그대로 가져가 볼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해야 할 일도 산적해 있습니다. 당장 돌아오는 월요일 첫날부터 피로가 가중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한 번 달려가 봐야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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