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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Oct 20. 2023

베스트셀러는 주의해서 읽어야……

026: 코이케 류노스케의 『생각 버리기 연습』을 읽고……

책이 유행을 탄다는 건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책들의 유행에 휩쓸리곤 합니다. 흔히 말해서 베스트셀러라고 일컬어지는 책들이 다 여기에 속할 것입니다. 그런 베스트셀러들은 그 목록만 보고 있어도 괜스레 마음이 설레기까지 합니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말도 못 하는 책이 어쩐지 저에게 어서 읽어 달라고 손짓하는 것 같단 착각마저 들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제 수중에 얼마를 가지고 있든 가까운 서점에라도 달려가서 당장에라도 사 들고 나오고 싶은 충동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베스트셀러들은 꼭 제게 심정적으로 양극단을 달리게 해 주곤 합니다.

'정말 잘 읽었어. 그래 이 책 사길 너무 잘했어.'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는가 하면, '내가 이걸 왜 읽었지? 돈(혹은 시간) 아까워 죽겠네.'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에 신문, 인터넷 등 어딜 가나 난리였던 책을 하나 읽었었는데, 정확히 그 생각 말고는 다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왜 샀을까? 그 비싼 돈을 주고…….'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이 책, 『생각 버리기 연습』도 그런 생각을 여지없이 확인시켜 준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생각병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착안해 냈다고 합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무척이나 신선하단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아무튼 간에, 항상 새로우면서도 보다 더 강렬한 자극을 얻기 위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모여지는 그것을, 바로 생각병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이 생각병으로 인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와 같은 저 유명한 데카르트의 대명제의 성립을 가능하게 해 준 인간만의 고유 권한인 생각의 힘과 그 기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셈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생각하기 때문에 멍청해진다. 우리를 지배하는 생각을 멈추고 오감을 사용하라."

그러면서 말하기, 듣기, 보기, 쓰기, 먹기, 버리기, 접촉하기, 그리고 기르기 등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감각을 보다 능동적으로 사용하길 권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마음속의 짜증과 불안을 떨쳐낼 수 있고, 그것들이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조종하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뇌가 만들어내는 틀에 얽매여 살지 말라는 얘기겠습니다.     

항상 수동적인 태도로 우리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벗어나 언제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힘을 기르면, 우리의 마음이 충족되어 분노와 탐욕과 어리석음 같은 인간의 기본 번뇌를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정도까지는 그래도 좋았다고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너도나도 이 책을 찾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사견이지만, 세 가지 정도의 이유에서 적어도 제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이 책은 처음부터 방향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를 가르치려는 어투부터가 집필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는 뜻입니다. 부처님의 선문답처럼, 어떤 일화를 통해서 혹은 우리 주변의 자잘한 일상사들을 통해서 무지몽매한 중생들이 뭔가를 깨닫게 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는 게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나 해야 할까요? 꼭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새롭게 구입한 전자 제품 속에 들어있는 사용자 매뉴얼을 대하고 있는 듯한 그런 기분 말입니다.


둘째, 이 글은 어쩐지 스님이 쓴 글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적인 편견에 지나지 않겠지만, 스님의 글은 적어도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스님의 글은 철학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잘한 기술이나 요령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틀에서 철학적인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더러 종교적인 관념을 곁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 내면에서 탐구를 가능하게 해 주는 내용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이나 자신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 갈 수 있는지 등을 일러주는 지첨서 같았습니다. 그렇게 보면 명백히 이 책은 자기 계발 서적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스님의 입장에서만 쓸 수 있는 그런 글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만저만 실망감이 들지 않을 수 없던 책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이 책은 전반적으로 종교적인 색채가 덜 느껴졌습니다. 다시 말해서 너무 세속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책이었다는 얘기입니다. 그저 실생활을 유용하게 살아가는 기술들을 불교의 몇 가지 기본 개념에 덧입혀 놓은 것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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