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치고써 Nov 02. 2023

노래와 음악

백 쉰네 번째 글: 아직 귀에 뭘 꽂아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나오는 길에 음악을 들었습니다. 최대한 옆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으면서 저한테는 들릴 정도로 볼륨을 설정해서 말입니다. 왜냐하면 제게는 이어폰인지 에어팟인지 하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태어나서 전 단 한 번도 그걸 끼워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음악을 들으면서 확실히 깨닫게 된 게 있습니다. 제가 들은 건 '음악'이 아니라 '노래'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시겠지만, '음악'과 '노래'는 엄연히 다른 것 같습니다. 아니, 확연히 다릅니다. 물론 이건 제 기준입니다.


제가 '음악'과 '노래'를 구분하는 기준은 가사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글을 쓰기 시작한 뒤부터 전 '노래'를 듣지 않습니다. 그 노랫말을 저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되고, 급기야 마음까지 뺏겨 버리곤 하는 걸 많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음악'은 그다지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모르는 음악이라면 더 좋습니다.


글을 쓸 때에는 쓸데없이 감상에 빠지는 일을 경계해야 합니다. 한 번 그렇게 감상에 젖어버리게 되면 쓰던 글을 놓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일반화하긴 어렵습니다만, 만약 유독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면 바로 그 순간에 '노래'를 듣고 계실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지만, '노래'는 마음을 약하게 합니다. '음악'은 우리에게 힐링이 되지만, '노래'는 우리의 마음을 무너뜨립니다. '음악'은 휴식을 주지만, '노래'는 무기력을 안겨 줍니다.


그런 이유에서 최소한 전 글을 쓸 때에는 노래를 듣지 않습니다. 특히 속칭 18번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은 절대 듣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앞에서 말씀드렸듯 사람마다 다르니, 나도 그러하니 당신도 그러할 것이란 말은 못 하겠습니다만, 만약 글이 도무지 진전이 없다면 과감하게 노래를 끄시길 권유해 봅니다.


세상에는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같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글쓰기는 그 어떤 것과도 같은 시간대에 동행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매거진의 이전글 폐허의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