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러 가지 사업 중 '시 울림 교육'은 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당연히 관내의 적지 않은 학교가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데, 저희 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마다 구체적으로 벌이는 행사는 다릅니다만, 본교에서는 아래와 같은 행사를 계획하고 있거나 추진 중에 있습니다.
1. 교내 자작 시 쓰기 공모 대회 2. 교내 애송 시 낭송 UCC 제작 공모 대회 3. 교내 시 울림 행사 우수 작품 전시회
자작 시 쓰기와 시 낭송 UCC는 지난주에 행사를 완료했습니다. 자작 시 쓰기는 전 학년이 참여하는 행사이고, 시 낭송 UCC는 전 학년 학생 중 희망자만 제출하게 계획했습니다. 물론 두 가지 모두 공모전 형태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해보니까 수합되는 작품의 질들이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학년별로 일정한 인원만큼 시상을 합니다. 잘했다고 칭찬하는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하고자 하는 의욕이 높은 아이들에게 칭찬은 때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니까 말입니다.
자작 시 작품 수상작 35점은 판넬 업체에 시화 제작 의뢰를 한 상태입니다. 반가운 것은 학년 최우수 작품으로 저희 반 선정되었다는 점인데, 어쨌거나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지금 한창 시화 제작 중에 있습니다. 아마도 11월 3주쯤이면, 아이들은 저마다 뿌듯한 마음으로 자기의 작품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 낭송 UCC 작품입니다. 교사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안다거나 잘하거나 그러진 않은데, 특히 이런 시 낭송 UCC 같은 작품을 만날 때면 시쳇말로 멘붕에 빠지곤 합니다. 쉽게 말해서 여러 작품 가운데 어느 작품이 어떤 점에서 과연 더 나은지를 판별하는 게 쉽지 않고, 뿐만 아니라 선정된 작품을 어떻게 하면 보다 더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일단 지금처럼 학교의 이름으로 작품이 나가게 되면 업무담당자는 그냥 가장 잘된 것으로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 생각만 갖고 있다가는 관리자들에게 된통 깨지기 십상입니다. 아무리 최우수 혹은 우수 작품이라도 그냥 보내면 절대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입장입니다. 담임선생님이 혹은 업무담당자가 손을 더 봐서(지도하라는 얘기지요) 작품을 새로 만들어 제출하라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개인 자격이 아닌 학교의 대표성을 띠고 나가는 작품들이라 그냥 내보내면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 정도야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실 테지만, 그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에 해당하고, 작품이 더 잘 제작되지 않을 시에는 업무담당자로서 견뎌야 하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됩니다.
자작 시를 추가로 더 지도하는 것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 낭송 UCC 작품은 그야말로 멘붕입니다. 다른 분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과연 누가 반길까요? 그저 담당자로서 속이 탈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