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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12. 2023

글을 쓴다는 두려움부터 떨쳐야……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힘겨운 과정이긴 한 것 같습니다. 그냥 앉은자리에서 말로 하면 쉬울 것 같은 얘기를 막상 글로 표현하려면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지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일일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따지지 않아도 되지만, 글로 쓰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글자를 똑바로 썼는지 우선 점검해야 하고, 띄어쓰기도 살펴봐야 합니다. 또 적지 않은 경우에 제가 쓴 문장이 흔히 말하는 '비문'인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말로 하면 5분도 안 걸릴 내용을 글로 적을 때 적게는 10분 이상 소요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한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쓰다가 중간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생각의 단계에서 머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곤 합니다. 주변 사람들 중 몇몇은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보며 무척 신기해합니다. 자신 또한 그러고 싶은데 막상 글을 쓰려고 덤벼들어 보니 생각만큼 잘 안 되던데, 어떻게 그렇게 매일 글을 쓰느냐고 묻곤 합니다.


얼핏 누가 보면 매일 3~5편 정도의 글을 쓰는 저에게 뭔가 특별한 비책이라도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습니다. 일단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어쨌거나 저는 무조건 달려들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펼치고 뭐라도 써 나갑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방금 전까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도 일단 글쓰기 창을 열어 '글쓰기'라고 제목부터 입력해 놓으면 어느새 저는 '글쓰기'라는 글감으로 한 편의 글을 쓰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누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두려움이 없느냐고 말입니다. 저라고 왜 없겠습니까? 어쩌면 글을 쓰지 않는 사람보다 저 같은 '다작'의 유형인 사람이 글쓰기에 대한 반감이나 두려움이 더 큰 법입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그걸 표면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는 데다, 그런 생각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든 간에 저의 '글쓰기'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려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부터 없애야 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좋은 글감과 표현력을 내장하고 있더라도 그것이 글로 표현되어 나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표현력이 많이 부족하고 별 것 없는 글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매일 일정한 분량만큼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 글쓰기에 대한 저의 솔직한 생각입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글을 써도 좋은 점은, 글이 어지간히 이상해도 대놓고 '네가 쓴 글 정말 별로다. 도저히 못 읽어주겠다'는 솔직한 평을 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제가 당연히 먼저 알고 있습니다. 제 글이 그다지 가독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뭐 그렇다고 해서 참신하다거나 재미있거나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결국은 이 모든 것들을 뭉뚱그렸을 때 그것이 하나의 큰 두려움으로 포장이 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그 두려움은 우리가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해하는 가장 큰 공신이고요.


한 편의 글을 쓰고 싶다면, 매일 한 편 이상의 글을 쓰고 싶다면,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부터 떨쳐내야 합니다. 가수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자질이 가창력인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만, 너무 여기에만 집착하면 흔히 말하는 '가왕'의 정도의 반열에 오르지 않은 가수들은 아무도 노래해선 안 되는 것입니다. 저는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밋밋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써 놓은 단 한 줄의 글만 읽어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나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량 내에서 자신이 쓸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글을 처음 쓸 때 아무것도 생각한 것 없이 자리에 앉았기에 시작할 때의 제목은 '글쓰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중간쯤 쓰다 보니 제 글의 방향성이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얼른 올라가 제목을 고쳤습니다. '글을 쓴다는 두려움부터 떨쳐야……'로 말입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 바로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부터 떨쳐낸다면, 정말 좋은 글, 정말 멋진 글까지는 못 되더라도 저처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데에는 아무런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고 싶으시다고요? 글을 쓴다는 두려움부터 떨쳐 내시길 바랍니다. 그것만 된다면 자판기에 손을 올려놓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이 마구 날아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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