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누가 보면 매일 3~5편 정도의 글을 쓰는 저에게 뭔가 특별한 비책이라도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습니다. 일단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어쨌거나 저는 무조건 달려들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펼치고 뭐라도 써 나갑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방금 전까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도 일단 글쓰기 창을 열어 '글쓰기'라고 제목부터 입력해 놓으면 어느새 저는 '글쓰기'라는 글감으로 한 편의 글을 쓰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누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두려움이 없느냐고 말입니다. 저라고 왜 없겠습니까? 어쩌면 글을 쓰지 않는 사람보다 저 같은 '다작'의 유형인 사람이 글쓰기에 대한 반감이나 두려움이 더 큰 법입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그걸 표면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는 데다, 그런 생각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든 간에 저의 '글쓰기'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려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부터 없애야 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좋은 글감과 표현력을 내장하고 있더라도 그것이 글로 표현되어 나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표현력이 많이 부족하고 별 것 없는 글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매일 일정한 분량만큼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 글쓰기에 대한 저의 솔직한 생각입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글을 써도 좋은 점은, 글이 어지간히 이상해도 대놓고 '네가 쓴 글 정말 별로다. 도저히 못 읽어주겠다'는 솔직한 평을 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제가 당연히 먼저 알고 있습니다. 제 글이 그다지 가독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뭐 그렇다고 해서 참신하다거나 재미있거나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결국은 이 모든 것들을 뭉뚱그렸을 때 그것이 하나의 큰 두려움으로 포장이 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그 두려움은 우리가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해하는 가장 큰 공신이고요.
한 편의 글을 쓰고 싶다면, 매일 한 편 이상의 글을 쓰고 싶다면,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부터 떨쳐내야 합니다. 가수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자질이 가창력인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만, 너무 여기에만 집착하면 흔히 말하는 '가왕'의 정도의 반열에 오르지 않은 가수들은 아무도 노래해선 안 되는 것입니다. 저는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밋밋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써 놓은 단 한 줄의 글만 읽어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나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량 내에서 자신이 쓸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글을 처음 쓸 때 아무것도 생각한 것 없이 자리에 앉았기에 시작할 때의 제목은 '글쓰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중간쯤 쓰다 보니 제 글의 방향성이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얼른 올라가 제목을 고쳤습니다. '글을 쓴다는 두려움부터 떨쳐야……'로 말입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 바로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부터 떨쳐낸다면, 정말 좋은 글, 정말 멋진 글까지는 못 되더라도 저처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데에는 아무런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고 싶으시다고요? 글을 쓴다는 두려움부터 떨쳐 내시길 바랍니다. 그것만 된다면 자판기에 손을 올려놓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손이 마구 날아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