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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Nov 11. 2023

글 쓰는 이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즐겁기 때문이다.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 결과를 생각지 않고도 몰두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진실에 가 닿기 위해서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같은 질문을 만나고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글과 삶은 닮았다. 이 세상 어디에도 나라는 인간을 대신해서 살아줄 사람이 없는 것처럼, 글쓰기도 그렇다. 그 누구도 나 대신 글을 써 줄 수 없다. 그것은 그의 글이지 내 글이 아니게 된다. 나는 내가 되기 위해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 글을 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삶이 값지기 때문이다.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운 순간들이다. 내 생애의 곳곳에 있는 기억과 경험을 들여다보며 글로 꺼내 놓음으로써 내 글은 나만의 역사가 된다. 모든 순간을 글로 잡아둘 수는 없기에 글에는 항상 나의 중요한 생각과 순간들이 담긴다. 나의 글이 모이면 그것은 곧 나의 역사이며, 나의 발자취가 될 것이다. 나는 씀으로써 내 삶을 선명하게 하고, 끊임없이 내게 값진 인생을 살라 명하고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모험이기 때문에 계속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글을 쓰면서 내 길을 찾고 걸어 나간다. 나침반 바늘이 정방향을 가리키기 직전까지도 흔들리는 것처럼, 나도 흔들리면서 나만의 방향을 찾아 나간다. 씀으로써 불안과 마주하고, 불안을 직시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삶이라는 모험이 두렵게 느껴질 때면 글을 쓰며 용기를 얻는다.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뜻이며 전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공명이 필요하다. 공감이 필요하다. 당신만 그 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공감. 당신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 참다운 인생을 찾는 여정은 누구에게나 단숨에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말이 필요하다. 내 글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찾는 공고문이다. 그분들과 함께 삶을 찾아 나서기 위해서 글을 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나 또한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삶이 타인에게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 내 삶이 언제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 누구든 사람 냄새가 그리운 사람에게 활짝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내가 필요한 누구에게라도 나는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되고 싶다. 바라기는 나의 글이 타인을 위해 내어 둔 사랑방이며,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가 되면 좋겠다. 내 글은 열린 공간이며, 더불어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삶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글을 씀으로써 더 깊이 생각하고, 삶 속에 숨은 교훈들을 찾아 배운다. 쓰기 때문에 생각하게 된다. 눈 코 뜰 새 없이 나를 바쁘게 만드는 역설적인 게으름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 글쓰기다. 바쁜 게으름 속에 살지 않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씀으로써 고찰하고, 삶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한다. 글은 한정된 시간의 질을 높이는 나의 도구이다. 24시간이 단 1분도 늘어나지 않는다면, 밀도 있는 삶을 사는 것과 시간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쓴다.


   글은 마지막까지 빼앗길 수 없는 나의 즐거움이다. 빅터 프랭클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수용소 생활 중에도 글을 썼다. 엘르의 편집장이던 보비는 손, 발 어느 한 군데도 까딱할 수 없을 때에도 글을 썼다. 쓴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살아 있는 한 나는 글쓰기와 함께일 것이다. 글 쓰는 기쁨은 그 누구도 내게서 빼앗아 갈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다. 한 가지 욕심을 낸다면, 내가 쓴 글들이 내 생명보다 오래 남아서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내 글이 가 닿을지, 나 외에 누가 내 글을 필요로 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글을 묵묵히 쓰는 일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흔히 인생의 성패를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판단한다. 모두가 성공하기 위해 애쓰지만 흔히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을 거머쥐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글쓰기 또한 여러 명에게 읽히고, 큰 액수의 인세를 받는 일을 성공으로 정의한다면 몇 명이나 그 기준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둘은 닮았다. 우리 모두는 다만 삶을 책임 있는 자세로 살아갈 수 있을 뿐이며, 묵묵히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을 뿐이다. 인생과 글은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오직 주어진 것에 책임을 다하는 것만이 우리 몫으로 주어져 있다. 자산 50억 달성, 100억 달성, 책 100만 부 판매 같은 것들이 삶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각자 가지고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여 삶에 책임을 다하는 일만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글이 참 좋다. 무조건 잘 쓰지 않아도 돼서 좋다. 글은 내게 무조건 성공을 요구하지 않는다. 쓸 수 있는 만큼 써내면 된다. 잘 쓰게 되고 많은 이가 찾는 글이 되는 건 내 손에 달린 것이 아니다. 내 몫은 글을 쓰는 것이며, 내게 있는 책임을 다해 부끄럼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가혹하리만큼 ‘잘’하는 것만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는 모두 다 잘할 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을 매 번 해내는 것, 그거면 된다. 아는 만큼 쓰고, 살아낸 만큼 쓰면 된다. 그래서 글이 좋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잘 못써도 쓰는 건, 내 삶이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발버둥이다. 쓴다는 것은 내 삶의 성공을 ‘책임을 완수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사실 ‘왜 글을 쓰는가?’ 같은 질문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유가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이유를 찾아 나가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기 때문에, 글 쓰는 이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쓰기 자체가 언제나 더 중요하다. 고로, 이유 같은 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다. 이상한 일이다. 그럴싸한 이유가 없으면 작은 일도 시작하지 못했던 내가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왜 쓰는지, 뭘 쓰고 싶은지도 모른 채 글을 쓴다. 글은 이미 그 자체로 목적이 되었고, 글을 왜 쓰는가 하는 이유 같은 건 더 이상 묻지 않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이유 없이 글을 쓴다. 그냥 글이 좋아서 쓴다. 앞서 써 내려간 이유들은 글쓰기의 시작조건이 아니라, 쓰다 보니 발견한 것들이다. 그러니 일단 글을 쓰고, 자신의 글을 통해서 ‘왜 쓰는가’ 같은 질문에 답해보면 어떨까. 글이 여러분께 '씀'의 이유를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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