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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Nov 09. 2023

누가 글을 써야 할까요?

특정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상황입니다. 상대방이 저에게 먼저 화두를 던집니다.

"선생님은 시간이 날 때 뭘 하세요?"

"글을 씁니다."

더러는 놀라기도 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일부 몇몇은 '뭐, 네가 글을 쓴다고?' 하는 듯한 의구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의 관상이 따로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만약 그런 게 있다고 가정한다면 적어도 그들이 보기엔 제가 글을 쓴다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에게 다시 묻곤 합니다.

"왜 그러세요? 저와 어울리지 않아 보여요?"

"아니오. 그게 아니라 다소 뜻밖의 대답이어서요."

역시 그들은 그렇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대화는 대체로 그쯤에서 끝이 납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이 봤을 때 이상하게 생각되고 안 되고는 하등의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굳이 제가 쓴 글을 그들에게 보여주며, '봐라, 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않느냐?'라고 되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들에게 솔직히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과연 누가 글을 써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이미 그들에게 물어보질 못했으니 그러면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께 여쭙겠습니다.

"과연 누가 글을 써야 할까요?"


종종 사람들이 크게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글은,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써야 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런 논리로 따진다면, 최소한 K-리그 이상의 급에서 뛰는 선수들을 제외하곤 세상에 그 어떤 축구 선수도 존재해선 안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고 노력한다고 해서 그들의 진가가 세상에 드러날 일은 굉장히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써 봤자 책으로 나올 글도 아닌데 뭐 하러 그렇게 공을 들이냐?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기껏 이 정도의 얘기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전혀 틀린 말도 아닌 것처럼 들리기까지 합니다. 뚜렷한 성과물도 없는데 어딘가에 매진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그다지 현명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비춰본다면 누가 봐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글을 쓰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그건 축구에 상당한 소질을 보이는 사람이 축구 선수를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자, 이제 하나의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논리대로라면 저 같은 사람은 글을 써서는 안 됩니다. 어차피 제 글이 책으로 나올 리도 없고,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읽힐 가능성 또한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히려 글 잘 쓰기로 이름난 사람보다도 저 같은 사람이 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단순히 글을 연습하는 차원에서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만약, 이런 상황을 한 번 가정해 볼까요? 여러 작가님들이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기 반에 두 아이가 있는데, 한 아이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열심히 공부합니다. 항상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합니다. 옆에서 얼핏 봐도 그 아이의 성적이 들쑥날쑥해 보일 염려는 없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공부 잘하는 그 아이보다는 성적이 낮게 나옵니다. 다만 눈에 두드러지는 건 누구보다도 즐겁고 행복하고 공부에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자, 여러 작가님들이 만약 선생님이라면 어떤 아이에게 더 큰 지지를 보내게 될 것 같습니까? 아마도 이대로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성적이 낮았던 이 아이가 최상위권인 그 아이를 제칠 때가 올 것입니다.


저는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검증이 된 적은 없지만, 소질보다도 감각보다도 저는 꾸준함이 결국은 모든 것의 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저는 글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글을 쓸 자격 또한 있는 것입니다.


혹시 아직도 누가 글을 써야 하는지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하셨나요? 언제든 어디에서든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게 누구든 간에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일 수도 있고, 혹은 여러 작가님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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