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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Nov 18. 2023

이런 게 인생

백 일흔세 번째 글: 중(스님)이 제 머리 못 깎는 법.

이유는 모릅니다. 지금 제가 왜 멀쩡한 장소를 놔두고 지하철 개찰구에 앉아 있는지를 말입니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떻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게 된 곳이 이곳이더라고 할까요? 바닥의 돌에서 뿜어내는 찬 기운이 온몸을 휘감고도 남습니다.


마음이 신산할 때 들리는 모든 유행가 가사가 저의 마음 같고, TV에서 재탕하고 삼탕 하는 모든 싸구려 삼류 드라마가  얘기 같듯, 차가운 돌만큼이나 냉랭한 마음이 를 얼어붙게 만듭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일까요? 왜 그렇게 글이 안 써지는 걸까요? 무슨 수수께끼 풀이 문제라도 된다면, 하다못해 넌센스 퀴즈라도 된다면 덤벼들어 볼 텐데 거대하게 저를 가로막고 선 담벼락 앞에서 무릎이 꺾이고 맙니다. 이게 생각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인가요?


때론 너무 깊은 생각이 만사를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적당하게 매듭을 지어야 하는 것들도 있는 법입니다. 입 안에 있는 자기 혀도 깨물리는 게 인생사인데, 저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까지 다스리려 한다면 너무도 과한 욕심이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생각하고 바라는 대로 모든 일이 척척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물론 도 그 정도는 압니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그 삶은 무척 재미없을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어쩌면 품을 수 없는 꿈을 꾸고, 가질 수 없는 걸 가지려고 아등바등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맛이라도 없다면 이 지난한 삶에 무슨 흥미가 있을까요?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터무니없는 꿈을 꾸는 게 합리화될 순 없습니다. 모든 건 순리에 따라야 하는 법, 말은 정작 이렇게 하면서도 생각 따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입니다. 만약 같은 고민을 가진 누군가가 저에게 와서 털어놓는다면 저는 뭐라고 조언을 하게 될까요?


누가 봐도 아닌 건 아닌 것입니다. 이치에 닿지 않는 생각을,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살면 인생이 허망할 것이라고, 조금은 더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겐 그 생각이, 말이 전혀 와닿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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