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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Dec 17. 2023

달이 저에게

이백 번째 글: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겠지요?

별생각 없이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사위가 다 어두워진 밤에 하늘을 올려다본다고 해서 뭘 볼 수 있는 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달이 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니지요, 달이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니라 제가 달을 올려다 보고 있다는 표현을 해야 맞는 말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저 달은 분명 조금 전에 제가 올려다보기 전에도 저 자리에 있었을 테니까요.


달을 마냥 쳐다보고 있으려니 문득 달이 저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달이 저에게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너,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거 맞니?"

사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급급한 저로선 막상 달이 저에게 그렇게 묻는다고 해서 뾰족이 해줄 말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런 달에게 되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건데?"


고작 길어봤자 50년의 세월도 남지 않았을 저와 비교하면 저 달은 못해도 수 억 년의 시간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지구가 우주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늘 저렇게 하늘 한가운데에 버티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달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늘 그랬듯 떴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합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삶의 형태인 '한결같이 처음처럼' 그렇게 살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과연 지금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을 올려다보며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과연 저 달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저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을까요?

달이 저에게 그런 질문을 했으니 이젠 제가 대답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참 우스운 일이지요? 제 속을 들여다보면 될 일을, 차근차근히 생각해 보면 얼마든지 대답할 수 있는 문제를 두고, 또다시 저는 '제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기 위한 누군가가 옆에 있는지부터 살펴보게 됩니다.


대답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흐릅니다. 다시 올려다보지 않았어야 하는데, 별생각 없이 또 한 번 올려다보고 말았습니다. 달은 마치 저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다시 저에게 묻습니다.

"너,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거 맞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하려니 아무래도 자신이 없고, 아니라는 대답도 선뜻 나오지 않습니다. 이 간단한 대답을 하기 위해 과연 저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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