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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Dec 26. 2023

연말과 연시

이백 열한 번째 글: 올 해, 나름 만족합니다.

바야흐로 연말이 되었고, 조금 있으면 연시가 또 그렇게 다가옵니다. 가는 한 해를 정리해야 하고, 오는 한 해를 알차게 계획해야 하는 때입니다. 이때 '알차게'라는 낱말에 방점이 찍혀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에 못지않게 '정리' 과정 역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고, 그런 반성의 과정 역시 알차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우선은 가는 해에 대한 미련은 모두 털어버려야 한다는 것이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미련을 털어낸다는 것은 그 미련이라는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때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여기에서 저는 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미련을 거의 남기지 않을 만큼 뜻깊게 한 해를 보낸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돌아봅니다. 당연히 한 해의 삶을 돌아봤을 때 글쓰기를 떼놓고 생각할 순 없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대단한 글쓰기, 싹이나 하냐며 조소를 늘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당장 제 가족들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동안 제가 몇 편의 글을 썼든, 무슨 내용의 글을 썼든 하등의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 마당에 제가 과연 누구에게서 관심을 바랄 수 있을까요?


따지고 보면 만년 작가지망생, 사실은 어딜 가서든 감히 글을 쓴다는 말을 해선 안 되는 처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을 어찌 감출 수 있을까요? 흔히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지만, 여기에 전 과감히 한 가지를 더 보태려 합니다. 근본적으로 사랑, 재채기, 그리고 글쓰기는 같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원 없이 글을 썼습니다. 6개월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공식적인 글만 700여 편에 가까운 글을 썼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면 누군가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발전이 있었느냐고 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을 테지만, 그건 저로서도 모를 일입니다.


어쨌거나 올 한 해에 대해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미련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름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최소 한두 편의 글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언제든 어디에서든 글을 쓰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휴대폰으로 글 쓰는 것도 이젠 어느 정도 자유자재로 가능해졌습니다.


누군가는 퇴고 없는 글은 쓰레기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 논리로 보면 제 글은 분명 쓰레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난 퇴고하며 1편을 쓰기보다는 퇴고 없는 3편의 글쓰기를 택했습니다. 아직 제 글은 퇴고할 만한 수준의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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