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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Dec 28. 2023

제자리걸음

이백 열세 번째 글: 발전이 없는 글

저의 글은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어쩌면 블로그에서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3월 2일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곳에 처음 와서 첫 글을 썼던 6월 9일 이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로그에서 매일 1편씩 쓰는 글은 오늘 드디어 300번째의 글을 썼고, 지금 이곳에서 쓰는 글은 명색이 700편에 가까운 글을 썼는데, 왜 아직도 제자리걸음일까요? 조금의 발전도 없이 여전히 반복적으로 글만 쓰고 있을까요?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쓴다는 것만 해도 그게 어디냐고 말입니다. 저 역시 그 말이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물론 그게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바람인 건지, 아니면 이 역시 지나친 욕심인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퇴고 없이 글을 써서 그런 것일까요? 글의 질보다는 다작에 초점을 맞춘 저의 방침이 잘못된 걸까요?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애초에 글을 쓸 만한 깜냥이 안 되기 때문일까요? 아무리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닥치고 글쓰기'를 표방하는 저라고 해도 간혹 이런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그런데 참 우습지 않습니까? 이렇게 자문하는 저 역시 이미 해답을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책 속에 길 없습니다. 타인의 글 속에도 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질적으로 형편없는 글을 쓰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글을 쓰는 제가 이미 열쇠를 쥐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 실력이라고는 없는 저에게, 심지어 그런 제 안에 글쓰기의 비책이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이제 논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인생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며 젊은 날을 방황하던 누군가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품은 의문에 대한 해답이 어떤 현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안 것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며 이곳저곳을 수소문해 보니 결국은 제 안에 해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지를 저에게 묻습니다. 질문이 들어왔으니 이젠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제가 건져 올린 대답은 결국은 이것뿐입니다.


닥치고 글이나 써라!
오늘 아침에 글을 쓴 네가 작가다!


처음부터 뭔가 거창한 비책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쩐지 맥이 풀리는 느낌입니다. 이런 말이라면 누가 못할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지금의 제가 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이것뿐이니 말입니다.


작가지망생! 그래도 오늘 아침에 한 편의 글을 썼으니 저는 작가입니다. 늘 그랬듯 닥치고 글이나 써야겠습니다. 글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늘 제자리라고 불평만 늘어놔봤자, 그 생각 때문에 여전히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테니까요.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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