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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an 27. 2024

응원과 지지

이백 쉰두 번째 글: 가족에게서 응원을 받으면…….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꽤 오래 사법고시를 준비한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기간만 해도 족히 10년은 넘었으니,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실제로 그분이 고시에 매달린 기간은 이보다 더 길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처음엔 가족들이 똘똘 뭉쳐 그분을 응원했습니다. 어쩌면 가족 모두가 그분의 수족이 되어 고시에 합격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을 것입니다. 게다가 1차 시험에서도 몇 번인가 붙은 적도 있어서 그 기대감은 충분히 더 고조되었을 것입니다. 10년을 넘게 계속 패스를 못 하니 나중에는 본인이 먼저 나가떨어지게 되더군요. 제가 그분께 물어봤습니다. 그간에 매달린 세월이 아깝지 않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그러더군요.

"그건 자네가 몰라서 그래. 처음엔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를 걱정하고 응원하던 가족들이 하나하나 등을 돌리는데, 그걸 내 눈으로 확인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말이야. 오죽하면 고시에 매달리는 동안 사귀던 사람도 세 명이나 떠났으니까."

그분의 말에 의하면 나중엔 무슨 못 대할 사람이라도 마주하는 듯하는 표정을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집을 나설 때에도 들어왔을 때에도 잘 갔다 왔느냐 혹은 오늘은 공부가 잘 되더냐, 따위의 말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그분과 사귀던 여자분들은 최대한의 인맥을 동원해 취업 자리를 알선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제가 사실 교대를 나와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단 한 번 만에 임용 시험을 통과했고, 그래서 바로 현직 교사로 발령이 났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된다는 것이, 적어도 제가 발령이 날 때만 해도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을 정도의 어려움이 있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어찌 보면 그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어쨌거나 저 역시 번번이 떨어지면서 교사가 되어야 한다며,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기에 교사 말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며 버티고 있었다면, 저 역시 그분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엇이든 첫 술에 배부를 리가 없는 것은 맹백한 사실이나, 긴 병에 효자 없듯, 비전 없는 장기간의 꿈 타령에 서포팅할 사람은 없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저 역시 한때는 공모전이란 공모전엔 글을 보내곤 했습니다. 대략 그렇게 매달린 게 저 또한 10여 년은 되었네요. 매번 예심에서 미끄러졌습니다. 제 소설을 보면 아실 겁니다. 예심에서 탈락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한 해는 무척 좋아 최종심까지 제 글이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신문지면에 제 이름 석자와 제 글의 심사평까지 올랐는데, 오죽하면 아직까지 스크랩해서 제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저에겐 어쩌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최고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거기까지가 전부였습니다. 최종심에 오르니 가족들이나 주변의 친한 지인들이 그러더군요. 이제 2~3년이면 되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다른 작가들도 보니 그런 것 같더라고 말입니다. 최종심에 오르고도 줄곧 6~7년을 미끄러지기만 했습니다.

"이제 글쓰기는 그냥 취미로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가족이 내게 던진 한 마디였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몸 상할까 봐 걱정되니 그냥 취미로만 쓰라는 얘기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처럼 목숨 걸고 그렇게 쓰지 말고, 그냥 시간 나면 쓰고 바쁠 때면 건너뛰면서 그렇게 소일거리 삼아 글을 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 아시는지요? 작가이건 작가지망생이건 간에 글쓰기가 지상 최후의 과업인 걸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글쓰기는 그냥 취미로만……'이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큰 모독인지를 말입니다. 그건 저의 자아정체성 자체를 깡그리 부정하는 것입니다.


작년에 우연히 네이버 블로그에서 만나서 알게 된 작가님이 계십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웠던 것은 제가 이곳에 오고 나서 얼마 후 그분 역시 이곳에서 글을 쓰게 되셨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글의 결이 저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고 수준 역시 높지만, 솔직히 그건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그냥 막연하게나마 나 같이 글을 못 쓰는 사람도 쓰다가 쓰다가 보면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쓰겠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분께 가장 부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가족의 열렬한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글을 쓰신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저의 가족이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면 과연 제가 지금처럼 이렇게 글쓰기에 매달려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 것입니다. 뭐, 답은 나왔습니다. 가족이 다시 저를 응원하는 때가 올 때까지 글쓰기를 지속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도 저에게 있어 하나의 시련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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