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앤뜰
지인들에게 뜰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언제든 달려가서 놀자며 놀막이라고 해라, 맨날 바쁘게 달리고 달리는 집주인답게 RUN막으로 하자,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니 앤은 들어가야 한다, 설왕설래하다가
변시인이 세 딸들 이름에 모두 '다' 자가 들어가니 ' 다'를 앞에 넣고 쥔이 좋아하는'Anne'을 넣어라.
대신 심심하니 가운데 ';'을 넣자고 한다. '다;앤 뜰'을 써놓고 여러 번 읽으니 나쁘지 않다
어떤 이는 '茶가 있는 뜰'로 읽고, 또 어떤 이는 '모두 모이는 뜰'로 읽는다. 나에게 이곳은 주어진 의무를 마무리하고, 나를 바라보며 가꾸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떻든 간에 사람마다 다양한 확장과 상상이 가능하다면 이것 또한 좋은 일이다.
우연히 우드버닝을 해볼 기회가 있어 나무판에 빨강머리 앤 캐릭터를 음영으로 채우고 뜰 이름을 써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맘에 든다. 그림에 젬병인 나도 이렇게 뭔가를 완성할 수 있다니, 똥손인 내 손에게 처음으로 격한 고마움이 밀려온다. 내 손도 뭔가를 만들 줄 아는구나. 만든 문패를 공유했더니 모두들 좋다고 한다. 지인들의 오밀조밀한 관심이 내 생의 첫 뜰의 이름을 지어 주었고, 이틀 동안 내 똥손의 노동이 뜰의 문패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