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문학동네,2013
첫행, 당신의 속초여자가 되고 싶었다와
제목, 에곤 실레 나비 3악장 사이에서 한참 머뭇거렸다.
'그리움에 관한 세상의 통속한 말들을 모두 합친게 속초여자인 그런 속초여자'
그래서 더 통속적이 않은 속초 여자와
에곤 실레의 뮤즈로 알려진 발리 로이칠
그녀는 그림의 뮤즈 뿐만 아니라 가난한 미술가의 생활 지원자이기도 했지만
에곤 실레의 이별 통보를 받고 전쟁터 간호사로 떠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여인,
끝내 이루지 못한 발리의 사랑
당신 어깨뼈를 적시고
그 무엇이든 되어 당신에게 닿고 싶은
선잠 속 먼지낀 거미줄에 살아 무심한 바람에 찢겨지는 거미줄로라도
당신의 "속초여자"이고 싶은 마음은
에곤 실레를 향한 발리 노이칠 마음이 아니었을까?
사랑의 관계에서는 늘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며 을의 위치에 있다.
세상 불공평하지만 갑은 상처를 주고는 뒤돌아보지 않고, 을은 그 상처를 평생 안고 가면서도 잊지 못한다.
자신을 마지막에는 <죽음의 소녀>로 그려낸 통속적으로 나쁜 남자에게
'한 줌 뿐이라도 한숨 뿐인 당신의 속초 여자'가
되고 싶었던 그녀가 통속적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