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ie, 청각장애로 듣지도말하지도 못하는

by 이종구Burnaby South

Katie, a deaf lady 케이티,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201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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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 산행 2019.11.24

10:04집에서 출발

10:47 주차장도착

10:54 산행시작

11:30 아이젠 착용

14:20 정상도착

14:40 하산시작

16:40 주차장에 도착


1. 오늘은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시모어 산으로 향했다. 토요일인 어제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고 오늘은 구름만 낀다고 했다. 시모어산은 겨울에는 스키장도 열리는 산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상당히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날씨가 조금 춥지만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등산화로 갈아 신고 보온병에 담긴 커피, 처남댁이 며칠 전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주고 간 옅은 노란색 쿠키 3개, 와이프가 만들어준 소고기 스프링롤 두 개, 사과 한 개, kitkat초콜릿 작은 것 한 개 생수 물 한병, 두꺼운 잠바, 얇은 오리털잠바가 들어있는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초입에는 아직 얼음이 얼어 있지는 않다.


2. 몇 분 걸어올라 가는데 큰 덩치의 검은 개가 나를 내려다보고 서있다. 그 앞에는 젊은 백인 여자가 서있다. 개가 내게 다가온다. 크고 검은 개라 무서운 나는 그 아가씨에게 "개좀 어떻게 해주세요. 내가 무서워요"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대답이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모자가 신기해서 그런가 보다는 식으로 손으로 모양을 그린다.


그 젊은 여자가 귀가 들리지 않아 deaf 말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처럼 그녀도 혼자 개와 함께 이제 막 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젊고 예쁜 마스크의 여성이었지만 파트너가 없는지 혼자 산에 오르고 있었다.


3. 산에 오르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얼음이 나타나고 나는 준비해 간 아이젠 crampon을 착용하고 산에 오른다.

이제 근방에는 이 젊은 여성과 나 두 명만이 산을 오른다.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은 이 여자는 산을 오르면서 자꾸 미끄러져 넘어지고 하니 내가 보기에도 안쓰럽다. 가지고 간 스틱을 쥐어주니 이제 이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젊은 백인 여성과 나는 졸지에 남들이 보면 등산을 함께 하는 파트너가 되고 말았다.


4. 시모어산은 중간중간 큰 바위가 많고 경사진 곳도 적지 않아 얼음 빙결 후에는 아이젠의 도움 없이 등산이 매우 위험하다.


5. 한참을 함께 올라가고 내려오다 보니 우리가 이미 정상을 지난지도 모르고 하산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내려오다가 만난 다른 그룹의 등산객들로부터 듣게 되었다."다시 올라갈까요?"라고 정상암벽을 가리키며 물어보니 그녀는 기꺼이 그러자고 고개를 끄떡인다.


다시 거꾸로 40분을 올라가니 정상이다. 가지고 간 먹을 것을 꺼내 먹었다. 고구마, 커피를 마시고 사과도 반을 쪼개서 나누어 먹었다. 정상은 너무 춥다. <이 젊은 여성은 먹을 것과 여분의 방한복도 준비해 오지 않았다는 것을 정상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보통 등산로가 정상 컨디션인 경우 왕복 4시간 정도면 산행을 마칠 수 있으므로 그녀를 비난할 수도 없다.


산정상은 갑자기 눈보라가 치고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내가 여분으로 가져간 옷을 주었다. 나도 가볍지만 따뜻한 오리털 잠바를 하나 더 끼여 입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그녀는 해가 곧 질 거라고 빨리 내려가자고 내게 자기의 핸드폰으로 문장을 작성해 텍스트를 보여준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6. 내려오는 길이 만만치 않다. 시모어산은 상당구간이 경사가 심하고 빙결로 미끄럽고 해서 도움이 없이는 낙상이나 골절등 부상 위험이 너무나 컸으므로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명은 장비가 없어 너무 미끄러워 부축을 해야 하므로 하산속도가 거의 두배로 느려졌고 주차장에 도착할 즈음에는 해가 거의 땅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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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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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장애인을 본 적은 있지만 가까이서 몇 시간을 지낸 적은 없다. 듣지 못하고 그래서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편과 고통을 잘 알지 못한다.


오늘 약 5시간 정도를 그런 사람과 함께 있어보니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상인에 비해 커뮤니케이션 빈도 frequency와 심도 depth가 100분의 1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택스트 text로 대화를 하니 속도가 말도 못 하게 느리고 그 심도도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고 산행으로 지속적으로 걸으면서 이동 중이었으므로 이 장애인 여성 케이티 Katie와 5시간 동안 10 문장 정도를 교환할 수밖에 없었다.


아래의 문장이 말 못 하는 그녀와 5시간 동안 교환한 말? 글 전부이다.

1.you know we met them before

2.you must be tired

3.sorry, I passed the destination by mistake

4.are you really ok?

5.they recommend not to go that way and we have to trust them

6.you step here just beside my foot

7.because you are tired

8.you got to be careful

9.I remember this rock

10.we walked a lot

11.my name is John


deaf disabled는 귀가 들리지 않으므로 내가 혀를 가지고 말을 정확하게 발음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내가 하는 말이 모니터링이 안 되는 것이다.


2. 자기가 사랑하는 개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젊은 처자를 보니 측은지심에 가슴이 미기도 했지만 차라리 너무 예쁘다는 생각도 들었다.


3. 주차장에 내려와 그녀에게 정상에서의 점심 이후 입혀주었던 두꺼운 겨울용 잠바를 되돌려 받고 헤어진다. 케이티는 내게 핸드폰으로 택스트를 보여준다.

"오늘 도와준 것 너무 고마웠어요"


나는 "나도 도와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라고 그녀의 핸드폰에 다시 문장을 만들어 보여주었다. 젊은 장애인백인여성과 나는 이제야 John과 Katie라는 서로의 이름을 교환하고 서로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서로를 안아주었다. 오후 4시 50분 이제 sunset의 아름다운 붉은빛조차 사라지고 해가 완전히 진 캄캄한 시모어산을 내려 8 좌석이 무색한 미니밴에 홀로 앉아서 몰아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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