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 (2019.01.30)

by 이종구Burnaby South

상류사회 (2019.01.30)



내가 신입사원으로 부서 배치를 받았을 때 나의 상사는 허 모 과장이라는 분이었다.


개발부의 업무 특성상 허 과장과 나는 함께 자주 자동차부품생산업체(vendor)를 방문하곤 했다.


<<내가 항상 운전을 하여 업체를 방문했었는데 그는 내 운전을 못 미더워하여 운행도중 조수석에 앉은 그는 발 밑바닥의 허공에다 대고 브레이크를 수도 없이 밟을 정도로 소심하기도 한 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웃곤 했는데 나는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었다>>


그는 금전적인 성취욕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내게도 많은 코치를 해줄 정도로 집을 사서 팔고 다시 사고하는 등 항상 돈을 벌 궁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또 한 가지 당시 30대 중반의 허 과장이 내게 인상을 준 말은 그가 "상류사회에 들어가고 싶다"라고 말을 했던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며 짐짓 놀랐다.

상류사회라는 말은 들어본 적은 있었으나 내게는 개념조차 정확히 와닿지 않았던 때였기에 더욱 그랬었다.

그 뒤로 나는 허 과장이 말한 그 상류사회란 말을 혼자 많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누가 그 소속자이고 누가 그리고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묻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상류사회인의 조건은 배웠고 교양이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변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어야 될 것이다.

그리고 대대로 명망 있는 집안의 자손이어야 할 것이다.

근본도 없는 내가 오늘 하루아침에 졸부가 된다고 해서 high society가 나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고 또한 단지 내가 학식이나 재주가 많다고 하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에 모차르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오스트리아의 왕(king)이 행동하는 우아한 모습을 보고 상류층의 품위가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된다.

천방지축 장난꾸러기 버릇없는 젊은 천재음악가를 꾸짖지 않고 너그러운 미소로 포용해 주는 모습이 바로 상류사회인(noble person)의 전형으로 보였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류사회는 그것이 속한 모든 사회 구성원이 떠받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을 받기 위해서 상류사회는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만 살려고 전쟁터에서 부하를 버리고 도망가지 않고 자기가 먼저 최전선에서 적과 싸우며 나라와 부하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던 즉 필요에 따라서는 목숨도 내어 주었던 프랑스 귀족들의 의무(obiligation) 노블레스 오블리주(고귀한 이들의 의무) 정신이 없이 배움과 배경을 자기 욕심만 챙기는 데에 사용하는 최상위 기득권층은 그 존경의 대상은 고사하고 증오와 타도의 대상이 되게 될 것이다.


반인륜적이었던 혁명세력이 소련의 왕족을 재판도 없이 잔혹하게 멸하고 난 지금 소련을 존경하는 나라는 없다. 반대로 그들의 광폭함을 무서워하는 나라는 수도 없이 많다.

중국 왕조를 무너뜨리고 난 이후 중국 국민에게서 더 이상 유교적 가치인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출장 중 회식자리에 중국의 부품생산업체 중국인 직원이 중국인 부장에게 가치담배를 식탁을 사이에 두고 저 멀리 던져주는 모습을 보고 나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계급이 없이 서로 동무(comrade)인 이 나라는 경제와 부를 떠나 앞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므로 소련이나 중국에 상류사회는 없다. 고급관료와 부유한 자, 가난한 자 등의 계층(layer, hierarchy)과 서열만이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것을 스스로 파괴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백성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고귀한 사람들의 집단인 상류사회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잘 모른다.


체계화된 사회의 역사도 짧은 데다 그나마 노조 등 과격한 백성들이 어떤 이유에서 인지 힘들게 던 또는 운 좋게 던 그곳에 도달한 그네들을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안타까운 건 일부 높은 지위의 상류사회급 인사들이 자기 욕심에 혈안이 된 자기애적인 모습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확천금과 상류계층으로의 단 세대 순간이동은 가능해서도 안 되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근거도 없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과속차량은 필연적으로 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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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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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는 자기가 소속된 계층과 관계없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되, 남녀노소 레스토랑 페티오(patio)에서 내가 주문한 음식메뉴의 가격 고하의 여부와 상관없이 내 식탁 위의 음식과 그리고 식당 손님들이 공동으로 느끼는 분위기를 즐기는 스페인사람들처럼 인생을 즐기며 우아하게 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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